빈 곳간, 빚으로 채운 정부
감세 기조 유지 속 세수 대책 시급
올 들어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끌어다 쓴 차입금이 48조원을 돌파했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당장 쓸 돈이 없자 한은에서 돈을 빌린 것으로, 불과 석 달 만에 지난해 총 차입금 34조2000억원을 뛰어넘었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한은으로부터 48조1000억원(3월 말·누적액 기준)의 일시 차입금을 조달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정부가 받은 총 차입금 34조2000억원보다 14조원가량 많다. 한은 차입금은 당장 쓸 예산이 없어 세금이 걷히기 전 일시적으로 한은에서 빌려 쓰는 자금으로 정부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린다. 차입금은 나중에 들어온 세금으로 갚는다. 정부는 올해 48조1000억원을 한은에서 빌린 뒤 17조1000억원을 상환했다. 3월 말 기준 잔액은 31조원이다.
연초부터 한은 차입금이 큰 폭으로 증가한 이유는 세수 부족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지출에 필요한 세수가 모자라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국세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조7000억원 줄었다. 부동산·주식시장 등 자산시장 침체와 경기 둔화에 따라 양도소득세·증권거래세·법인세 등이 줄줄이 감소했다. 특히 경기 둔화와 자산시장 침체, 각종 감세로 악화된 세수 여건을 감안하면 향후 한은 단기 차입금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세수는 줄고 지출은 늘려야 하는데 당장 부채를 더 늘릴 수 없으니 한은 차입밖에 대안이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감세를 강행했다가는 정부 스스로 재정건전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벌인 묻지마 감세가 정부의 재정운용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감세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올해 세원 확충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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