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흑서' 권경애 변호사, 재판 불출석해 학교폭력 유족 패소 확정

[theL] 항소심 패소 사실도 미고지…유족 "내 앞에 죽음뿐"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theL] 항소심 패소 사실도 미고지…유족 "내 앞에 죽음뿐"

권경애 변호사. /사진=뉴스1

'조국흑서'의 공저자 권경애 변호사가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의 대리인을 맡아 억대 민사소송을 내고도 재판에 불출석을 거듭해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2부(당시 부장판사 김봉원·강성훈·권순민)는 숨진 A양의 어머니 이모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지난해 11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학교폭력 피해자 A양은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권 변호사를 선임한 뒤 2016년 8월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의 부모와 학교법인·교장·교사 등 피고 30여명을 상대로 "5억원을 공동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이씨의 청구를 대부분 기각하면서도 피고들 중 B씨에 대해선 "이씨에게 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B씨가 1심 재판 도중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탓이다.

B씨는 뒤늦게 항소장을 냈고, 이씨도 자신이 패소한 부분에 항소해 당시 소송은 항소심에 돌입했다. 그런데 권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변론이 세 차례 열렸지만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민사소송에선 원고·피고 중 한쪽만 출석하더라도 재판이 진행된다. 그러나 양쪽이 모두 불출석한 상황이나 한쪽이 출석했지만 아무도 변론하지 않은 상황이 3차례 연속으로 발생할 경우, 재판부는 민사소송법 268조에 따라 소송이나 항소·상고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한다.

권 변호사는 두 차례 불출석한 뒤 마지막 변론기일을 달라며 자신이 신청서를 제출하고도 정작 변론기일이 돌아오자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에서 이씨가 패소한 부분에 낸 항소장을 취하된 것으로 간주했고, 이씨가 일부 승소한 부분마저 취소했다.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에게 자신이 맡은 사건의 변론에 대신 출석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이를 '복대리(複代理)'라고 한다. 또 소송 도중 대리인을 맡을 수 없게 되면 사임하기도 한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권 변호사는 또 항소심 판결이 선고됐는데도 이 사실을 5달여 동안 이씨에게 알리지 않았고, 이씨가 상고하지 못한 사이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씨는 지난달 31일 권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해미르 사무실을 방문한 뒤 자신이 최종 패소한 사실을 알고 통곡했다. 이씨는 5일 자신의 SNS 계정에 '제 앞에 있는 건 죽음 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이씨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직원이 그만둬서 자기가 챙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권 변호사에 대해 "지난해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조국·이재명을 비판했다"며 "조국·이재명보다 더 심각한 짓을 해놓고 누가 누구를 비판하냐"고 썼다.

이씨는 패소가 확정돼 외려 피고들의 소송비용을 배상할 처지가 됐다. 이씨는 "청소 노동자가 돼 풀칠하고 있는 내가 절대 감당 못할 일"이라며 "법을 잘 아는 변호사는 딸을 두 번 죽인 것이며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으로 밀었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기자는 이날 5차례에 걸쳐 권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권 변호사는 2차례 전화를 거절했고, 나머지 3차례는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 변호사는 이씨의 소송 1심이 진행되던 2020년 8월 강양구 기자, 김경율 회계사, 서민 교수, 진중권 교수와 함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발간했다. 이 책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판이 담겨 일명 '조국흑서'로 불렸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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