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故현미, 별세 나흘 전의 기록…"손수 커피까지, 연예계 큰 별 졌다"(종합)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가수 고(故) 현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나흘 전 건강한 모습으로 웃고 있던 마지막 사진이 공개됐다. 이 사진은 대중문화평론가이자 한국대중음악박물관 자문위원장,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는 최규성이 찍은 것으로, 별세 직전 현미가 인터뷰를 위해 그를 만났다 건강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으로 팬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최규성은 지난달 31일 현미를 만났다. 미8군에서 활동한 가수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준비하고 있는 그는 고인이 별세하기 불과 나흘 전 정정하던 그와 만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현미는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팬클럽 회장 김모씨(73)가 그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눈을 뜨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최근까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13일에는 대한가수협회 공연에 설 계획까지 세우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그와 이별에 연예계 전체가 황망한 슬픔에 빠졌다.
최규성은 5일 스포티비뉴스와 나눈 통화에서 “그날도 건강이 괜찮으시다며 ‘100살은 넘길 것’이라고 하셨는데”라며 “오히려 남들 건강 걱정을 많이 했는데 본인이 갑자기 확 떠나버리시니 이해가 안 된다”라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인터뷰를 위해 고인을 만났다는 그는 “몇 년 전부터 인터뷰를 해야지, 해야지 했었는데 저도 바쁘다 보니 못했다. 인터뷰를 하자고 한 건 3년 전부터였다. 아내랑 최근 결혼 35주년 여행을 다녀왔는데 현미 누님이 ‘잘 지내냐’라는 문자가 와서 갑자기 인터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하시죠’ 했더니 흔쾌히 하자시면서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해서 갔던 것”이라고 그를 만나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자택으로 돌아와 인터뷰에 응한 현미는 ‘동생’을 위해 손수 커피를 끓여 줄 정도로 건강하고 정정했다. 최규성은 “사진을 보면 손수 커피도 끓여주시고 너무 스윗하셨다. 인터뷰를 하신다고 곱게 화장도 하셨다. 보통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데 그날은 마음이 너무 훈훈해져 DSLR 카메라로 사진을 남겼다”라고 했다.
이날은 최규성과 현미가 코로나19로 인해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나지 못하다 인터뷰를 핑계로 마주한 날이기도 했다.
그는 “워낙 화통하시고 대화가 끊기는 걸 못 견디는 분이시고 잠시도 말을 안하시지 않는다. 그날도 그랬다. 계속 화제를 이어가고 그날도 건강이 괜찮으시다며 100살은 넘기실 것이라고 했다. ‘노란 샤쓰의 사나이’ 한명숙 선생님이랑 친하신데, 그날 오히려 ‘명숙이가 건강이 안 좋다’고 하시는 거다. 그렇게 남들 걱정을 했는데 본인이 오히려 확 떠나버리시니 이해가 안 된다”라고 슬퍼했다.
이어 “그날 만나서 소띠라는 얘기도 처음 해주셨다. 호적에는 38년생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37년생이라 소띠라고 하시더라. 식사하실 때도 밥은 많이 안 드시지만 소식하시면서 자주 드신다고 하더라”라며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에서 초청받아 노래하신 사진, 그리스 가요제 나간 사진 그런 자료들 보면서 여러 얘기를 나눴다. 사진을 많이 가지고 계신다고, 사진도 찍어가라고 해서 공개 안 된 사진을 많이 찍고 많이 봤다. 절반 정도 찍었나, 졸리시다고 해서 나왔는데 그게 마음에 남으셨는지 다음날까지 또 연락을 주셔서 저도 손녀랑 찍은 사진도 드리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현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조 디바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돼 노래를 부를 만큼 존재감과 실력을 인정받았고, 90살에 가까운 나이까지 후배들과 어울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공연 무대에 설 정도로 열정 넘쳤다. 연예계는 마지막까지 반짝이는 별, ‘스타’라는 이름대로 살다간 그를 기리며 슬퍼하고 있다.
최규성은 현미에 대해 “유쾌하신 분이다. 신나는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못 견디는 분이셨다. 좌중의 분위기를 주도하시는 여장부였고, 화통하고 유쾌하셨다”라며 “사진을 보면 너무나 건강해 보이시는데 믿을 수가 없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팝이 인식되는 데 선구자 같은 분이시고, 음악사적으로도 중요하신 분이시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도 활동을 하시는 분이 흔치 않지 않나. 가요계의 큰 별이 진 것”이라고 크게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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