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트럼프 '신스틸러' 등극…관심 즐겼나 [뉴스+]
소셜미디어에서도 식었던 트럼프에 대한 관심 기소 전후로 높아져
2024년 대선에 거대한 변수 될 듯…기소가 트럼프에겐 호재일 수도
최악의 경우 수감돼도 미국에선 대선출마 및 선거운동 가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법정에 서면서 그동안 갈구하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되고,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을 담기 위해 미국 언론은 이날 온종일 트럼프 뒤를 쫓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쯤 트럼프타워를 나설 때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였고, 저녁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급진 좌파 검사의 선거 개입”이라고 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 형사 재판이 대선 판도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이 분명한 상황이기에 전 세계 관심이 그에게 쏠렸다. 그가 3일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자택을 떠나 4일 오후 뉴욕 맨해튼 형사 법정에 서기까지 약 48시간 동안 미국 주류 언론사는 미 대통령 역사상 첫 피고인이 된 트럼프 일거수일투족에 취재 역량을 총동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숙소에서 법원까지 약 6㎞를 이동하는 동안, 미국 주요 방송국은 헬리콥터를 띄워 세세한 움직임까지 실시간 중계했다. 트럼프타워, 법원 앞 등에는 TV 카메라와 취재진 등이 장사진을 이뤘다. CNN은 맨해튼 5번가에 중계방송 세트를 설치했고, 방송사마다 최고 인기 앵커가 투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역사적 기소’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주연’으로 발돋움했다고 WP는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류 SNS에서 퇴출당한 이후 자체적으로 만든 ‘트루스소셜’에도 방문자가 쇄도했다. 평소 미국발 방문자 수가 20만건 정도에 불과하던 트루스소셜은 지난달 18일 ‘곧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게시글 이후 방문 수가 40만 건으로 급증했다. 그가 실제로 기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트루스소셜 방문자 수가 크게 늘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세기의 재판’에 관심이 쏠리며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유사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CNN 방송은 이날 “트럼프는 형사 기소에 직면한 첫 전직 미 대통령이지만, 전 세계 많은 전·현직 지도자는 기소되거나, 감옥에 가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 상당수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그런 혐의는 종종 정치적 공직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있다. 작년 말 우파 연립정부를 통해 6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한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현재 사기, 뇌물수수, 배임 혐의 등 부패 관련 재판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지칭한 것처럼 자신에 대한 재판을 ‘마녀사냥’이라고 부르면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 역시 이런 혐의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2021년 3월 룰라 대통령에 대해 부패 혐의를 적용해 선고했던 실형을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렸고, 그의 정치 인생에 반전이 이뤄졌다. 룰라는 지난해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거꾸로 그의 정적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 1월8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대선 불복 폭력 시위를 조장했다는 혐의로 법적 처벌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도 재임 중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아직도 공직을 유지하고 있다. 2007∼2011년, 2011∼2015년 기간 두 차례 대통령을 역임한 그는 재임 기간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작년 12월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백만 달러 상당의 도로공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업자와 공모해 비용을 과다 책정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그 역시 정치적 동기를 들고나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탈리아의 언론재벌 출신이자 정계 거물로 2011년까지 총리를 지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거의 20년간 이탈리아 정치권을 이끈 인사였다. 하지만 그는 이 기간에 횡령과 세금 사기, 뇌물수수 등 최소 17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고, 항소심에서 상당수 혐의를 벗었다. 2011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것은 법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부채 위기가 이유였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퇴임 후 세금 사기 혐의에 대해선 유죄 선고를 받고 요양원에서 1년간 사회봉사를 명령받았다. 뇌물수수 혐의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작년 조기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가 현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의 이탈리아형제들(Fdl) 등과 우파 연합을 결성해 승리에 일조하고 자신도 상원의원에 당선되면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했다.
트럼프의 경우 미국에서 대선 옥중 출마 사례가 있는 점에 비춰, 그가 재판 과정에서 수감된다 해도 대선 출마를 막는 법적 장벽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 옥중 선거운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 언론은 보고 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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