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소리에 꿀잠 잤어요...'백색소음'의 건강 이점은?
“투둑투둑”. 답답했던 건조함을 씻어내리는 반가운 봄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날만 되면 '오랜만에 기분 좋게 숙면 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또한, 유튜브나 수면 관련 스마트폰 앱을 보면 '불면증 숙면에 좋은 빗소리' 또는 '잠잘 때 듣기 좋은 빗소리'라는 제목을 가진 영상과 소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빗소리가 수면에 도움이 되는 걸까.
빗소리·파도 소리와 같은 백색소음, 도시의 소음을 덮어주는 효과
사람은 주변 소리에 매우 민감한 동물이다. 따라서 자동차 경적이나 공사장 소리 등 불쾌감을 주는 소리를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심지어 일정 이상 수준의 소음에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두통과 초조함을 호소하며, 때로는 내분비계 교란 등 건강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바로 ‘백색소음’이다.
백색소음은 일정하고 균등한 주파수가 합쳐진 것을 말한다. 이름도 여러 가지 색의 빛이 모여 흰색이 되는 것에 착안해 ‘백색(白色)’이란 이름이 붙었다. 백색소음은 소리는 있지만 어떠한 의미도 없는 것이 특징이며, 귀에 거슬리거나 불쾌감을 주는 소리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듣는 배경음이다. △폭포 소리 △파도 소리 △빗소리와 같은 자연음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도서관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 △빗자루질 소리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와 같은 환경음도 백색소음으로 분류된다.
백색소음은 숙면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2017년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얼러지(Frontiers in Neurology)'에 게재된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교(Harvard Medical School)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백색소음이 같은 주파수를 반복하기 때문에 수면을 방해하는 소음을 차단해 수면의 질 상승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University of Arizona) 마이클 그래너(Michael Grandner) 정신의학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분홍색 소음(Pink noise)이라고도 부르는데, 마치 담요처럼 시끄러운 도시 소음을 덮어주는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분홍색 소음은 백색소음에서 파생되는 현상으로 다른 소리가 하나로 합쳐질 때 발생하며, 모든 옥타브에서 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빗소리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뇌가 백색소음을 '수면 의식 습관'의 일부로 받아들여 의식적으로 수면을 유도한다는 분석도 있다.
마음 진정시키고 집중력 높여줘
백색소음은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아직 그 원인을 완벽하게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백색소음이 뇌 기능을 활성화해 알파파를 증가시키고, 베타파를 줄여주어, 진정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베타파는 진동수 15~30Hz의 뇌파로 대화 등 두뇌활동이 활발할 때 발생하며, 사람은 평소에 베타파 상태로 살아간다.
알파파는 진동수 9~14Hz의 뇌파로 산책하거나 조용히 휴식을 취할 때 발생한다. 백색소음을 들었을 때,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이유다. 참고로, 알파파가 결핍되면 △불안감 △스트레스 △뇌 기능 손상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환자 대부분이 알파파가 결핍되어 있으며, 반면 정신이 건강하고 스트레스가 적은 사람들의 뇌에서는 알파파가 많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백색소음은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2012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샴페인 (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공동 연구진은 정적보다는 50~70dB 정도의 소음이 집중력과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참고로 일상에서 대화할때의 소음은 60~70dB 정도다. 이 밖에도 한국산업심리학회에서는 백색소음이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과하면 오히려 독…짧게 들어야
하지만 백색소음에 너무 의존하면 역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잠잘 때 백색소음을 자주 들으면 나중에는 백색소음 없이는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수면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잠자기 1~2시간 전에 10~20분 정도만 짧게 듣는 것이 좋다. 잠들기 전에 백색소음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면, 서울삼성병원 수면클리닉에서 발췌한 잠 잘자는 방법을 참고해보자.
1. 적당한 수면 시간 확보하기
2. 침대는 잠자는 용도로만 사용하기
3. 낮잠은 피하고 햇볕 충분히 쬐기
4. 저녁 커피는 최대한 피하기
5. 따뜻한 물로 샤워해 몸을 데운 후 잠자리 들기
6. 잠자기 전 음주는 절대하지 않기
7. 휴대전화는 거실에 두기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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