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갑자기 온 시어머니, 손에 들린 건…"그렇게 운 적 처음"

첫 아이를 임신하고 집에 혼자 있던 중에 꼭 먹고 싶던 음식을 포장해다 준 시어머니를 회상하는 며느리의 글이 감동을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첫 아이를 임신하고 집에 혼자 있던 중에 꼭 먹고 싶던 음식을 포장해다 준 시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며느리의 글이 감동을 전했다.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임신할 때 갑자기 오셨던 시어머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3년 전 시어머니를 암으로 잃었다는 글쓴이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임신한 며느리를 위해 싼 김밥 70줄을 고무대야에 넣어 머리에 이고 온 시어머니 사연을 봤다"며 "보고 나니 돌아가신 우리 시어머니가 생각난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첫애를 임신하고 집에 혼자 있을 때 집 근처에 유명한 맛집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붐비는 시간이 아닐 때도 30분씩 줄 서야 먹을 수 있었고 코로나19(COVID-19) 전에는 배달도 안 돼서 혼자서 엄두가 안 났다"며 "친정어머니와 (출장 간) 남편은 미안하다고 용돈을 보내줬고 아쉬운 대로 다른 식당에서 같은 메뉴를 배달시켜 먹으려고 생각했다"고 썼다.

이어 "그런데 저녁에 갑자기 시어머니가 오셨다"며 "연락 없이는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분인데 놀라서 문을 열었더니 그 집 음식을 3인분 포장해서 오셨더라. 주말이라 사람도 많아서 2시간 넘게 줄 서서 기다렸다 사 오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어나고 그렇게 많이 운 적은 처음이었다. 우느라 제대로 음미도 안 하고 그냥 꿀꺽꿀꺽 삼켰는데 '체하니 천천히 먹으라'고 해주셨다"며 "당신도 무릎 수술해서 다리도 안 좋으면서 임신한 며느리 챙긴다고 줄 서서 사 오셨다"고 적었다.

출산 이후 시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은 이야기도 이어졌다.

A씨는 "출산하고 망가진 몸 보면서 우울했는데 이전에 드린 용돈에 당신 돈 더 보태서 새 화장품들을 사 오셨다"며 "저보고 아직 젊고 예쁘다고, 처녀 때랑 똑같이 예쁘다고, 기죽지 말고 꾸미고 싶은 만큼 마음껏 치장하라고 하셨던 우리 어머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3년 전에 어머니가 암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그날 비가 많이 왔었다"며 "비가 오는 날마다 어머니가 생각나는데 오늘따라 더욱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썼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천연기념물 같은 시어머니를 두셨다" "어머니가 좋은 곳에서 아들 내외와 손주를 지켜보고 있을 것" "정말 딸 같은 며느리였다" "이렇게 훈훈하고 아름다운 고부 관계도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