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매년 급증하는데”…사망사고 가해, 65세 이상 ‘최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2023. 4. 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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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고령자 10만명당 사고 1만건↑
단순 면허 반납 실효성 의문
“이동권·교통안전 동시 고려해야”
지난 4일 오전 10시 20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0대 A씨가 몰던 그랜저 승용차가 단지 후문 보행로로 돌진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40대 B씨 등 행인 3명이 다쳤다. 승용차는 이들을 친 뒤 출입구 조형물을 들이받고 멈춰섰다.[사진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고령 운전자 수가 매년 급증하는 가운데 앞으로 3년 뒤 고령자 10만명당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1만 건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2021년 9247건에서 5년 만에 23.9%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운전면허 반납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고령자 이동권과 교통안전 문제를 균형적으로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면허소지자는 크게 늘어 오는 2025년 498만명, 2030년 725만명, 2035년 994만명, 2040년 1316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고령 운전자 관련 교통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도로교통관리공단 자료를 보면 2021년 교통사고로 사망자를 가장 많이 낸 운전자 연령대는 65세 이상이었고, 전체 교통사고의 24.3%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삼성화재 삼성교통문화안전연구소는 5일 “고령보행자 교통사고는 광역자치도에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특별·광역시에서 그 증가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형별로 보면 고령 보행자 사고는 2021년 1236건에서 2026년 1382건으로 11.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광역자치도의 고령 보행자 사고 증가율은 22.1%로 특별·광역시 증가율 2.3%의 9.8 배로 예상했다.

고령 운전자 사고는 2021년 8011건에서 오는 2026년 1만77건으로 25.8%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데, 특별·광역시 증가율은 26.8%, 광역자치도는 24.7%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고령인구 증가율이 특별·광역시(23.3%)가 광역자치도(18.4%) 보다 빨라 고령운전자 증가에 따른 특별·광역시 고령운전자 사고가 더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교통문화안전연구소는 “17개 광역지자체별 사회경제지표와 교통지표, 기상관측 정보와 고령자 교통사고의 상관도를 분석한 결과 교통사고 발생 영향 예상 11개 요인 중 고령자 취업자 수, 고령 인구 점유율(고령인구율),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수, 자동차 및 이륜차 등록 대수, 강수량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며 “특히, 고령자 취업자 수와 고령인구 점유율은 모든 광역지자체 고령자 교통사고 발생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가 통계청 수치를 예측 분석한 결과 국내 고령 취업자 수는 2021년 262만4000여 명에서 2026년 323만3000명으로 23.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효석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역별 고령 취업자 수 증가율 및 인구 고령화 속도 차이는 고령자 교통사고 증가 또한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났다”며 “광역자치도에선 고령보행자 사고가, 특별·광역시에선 고령운전자 사고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자체별 고령자 통행실태 및 교통수요 조사를 실시해 고령 보행자 및 고령 운전자의 수요가 많은 다빈도 이용 통행로를 파악하고, 이를 중심으로 보행환경 및 도로환경 개선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실효성 논란…“차등 허용해야”
고령 운전자 사고가 사회문제로 급부상 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대책중 하나인 운전면허 반납 활성화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갈수록 고령 운전자 수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대로라면 고령자의 이동성 보장과 안전운전 관리 모두 취약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2024년 예산에 65세 이상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관련 예산을 5배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괄적으로 운전을 못하게 하는 단순방식 보다는 운전능력에 따라 차등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의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갱신 주기를 단축하되, 심사를 통해 운전은 계속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고령 운전자의 노화로 인한 신체·인지 기능의 점진적 저하를 감안하면서도 실제 운전능력을 살펴 이동권을 보장하는 차원이다.

[사진 이미지 = 연합뉴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재심사를 실시하며, 운전능력에 따라 일정 조건이 부과된 면허를 발급한다. 지역주행시험을 거쳐 운전자의 거주지 근처에서만 운전하도록 하는 식이다. 일본에서는 71세 이상 운전자가 3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할 수 있으나, 70세가 넘으면 갱신 시 고령자 강습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75세 이상 운전자는 인지기능검사도 받는다.

뉴질랜드의 경우 고령 운전자에 2년 주기로 면허 갱신을 요구하고 있다. 갱신 시 의사의 운전면허용 진단서를 필수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 시간이나 공간 등에 제한을 둔 조건부 운전 면허증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송림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는 운전능력에 따른 차등 허용이라는 보편적 원칙을 적용치 않아, 20대 이하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율이 높다”면서 “지금처럼 고령 운전자 면허관리를 ‘유지 아니면 취소’ 방식으로만 운영 시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 보장과 안전운전 관리 모두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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