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신축아파트보다 싸네”...분양권 시장에 무슨 일이
입주잔금은 고금리 부담 커
전세가도 약세 “차라리 팔자”
인근단지 시세보다 저렴해져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입주예정인 서울 은평구 수색동 ‘DMC SK뷰아이파크포레’ 전용면적 59㎡ 분양권의 호가가 최근 7억9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이 단지는 2020년 8월 분양 당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직전 이른바 ‘막차’ 서울 분양 단지로 화제를 모으며 1순위 경쟁률 340대1를 기록한 바 있다.
실거주의무가 없어 입주 이후 즉시 전매가 가능한데 같은 면적인 인근 단지보다 가격이 낮아진 상황이다. 2021년 12월 완공된 인접 단지인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의 경우 전용면적 59㎡의 최저 호가는 4000만원 가량 높은 8억3000만원이다. 3개월 뒤 새 아파트를 얻게 되는 분양권이 입주를 마친 단지의 매매가격보다 더 저렴해진 것이다. 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인근에 입주 물량은 많아진 영향”이라고 했다.
7월 입주예정인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 센트럴 아이파크자이’ 전용면적 59㎡ 분양권의 호가는 5억2500만원인데 지난해 7월 입주한 인근 단지 ‘매교역 푸르지오SK뷰’의 동일면적은 6억3000만원 수준이다. 단지 소재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교역 푸르지오SK뷰가 수인분당선 매교역에서 더 가깝다는 장점이 있지만 1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건 매도자의 자금사정이 나빠진 급매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6월 집들이를 앞둔 인천 미추홀구 힐스테이트푸르지오주안 전용면적 59㎡도 분양권 가격이 3억3500만원까지 떨어졌는데 역시 지난해 7월 준공된 주안캐슬앤더샵에듀포레 동일면적 최저 호가인 4억원보다 6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이 같은 분양권 가격 하락은 고금리와 대출규제의 영향이 크다. 올해 입주예정 단지들은 대부분 저금리가 유지되던 2~3년 전 분양된 곳들이다. 금리가 폭등하면서 원리금규모 역시 분양 당시 예상보다 급등해 소득이 큰 폭으로 늘지 않는 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집단대출인 중도금대출의 경우 DSR이 적용되지 않지만 개인별로 전환되는 잔금대출은 DSR 40%가 적용되는 것 역시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전세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르려고 계획했던 수분양자들 역시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역전세난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여의치않게 됐다.
실제로 분양권 전매는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거래원인별 아파트거래현황에 따르면 분양권 전매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증가폭도 점점 늘고 있는데 지난 2월(4345건)은 1월 대비(3400건) 약 28% 증가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분양권 거래의 34%는 분양가보다 가격을 낮춘 ‘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신축 분양은 여전히 문턱이 높고 매매거래는 급매가 소진되며 호가가 오른 상황에서 분양권 거래가 실수요자들에게 유용한 내집 마련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오는 7일부터 전매제한이 완화되면 시장에 공급물량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분양권의 경우 입주시점이 다가올수록 수분양자가 압박을 받기 때문에 매수자가 우위에 서기 쉽다”며 “입주물량이 몰린 지역 위주로 분양권 매물을 탐색하다보면 저렴한 가격에 매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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