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착수금’ 오갔나…이경우-‘배후 지목’ 부부 돈거래 정조준

살인교사 의혹 받는 부부 가운데 남편 체포해 조사
유씨 측, 최근 돈거래 없었고 범행 모른채 만났다 주장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3월29일 오후 11시46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A(48)씨를 차량으로 납치한 뒤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사체유기)로 구속된 3인조. 왼쪽부터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 ⓒ 서울경찰청 제공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핵심 피의자들의 신상이 공개된 가운데 배후 의혹을 받는 인물들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주범 이경우(36)가 범행 직후 살인을 교사한 것으로 의심 받는 남성과 두 차례 만난 정황을 포착, 금전 거래 등 사실 관계 확인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5일 오후 3시6분께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백화점에서 이번 사건 배후로 의심되는 유아무개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유씨의 아내 황씨도 임의동행해 피해자 A씨와의 관계 및 범죄 연루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유씨 부부 주거지와 차량 등도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물을 확보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밤 범행 이후 이경우의 동선과 통신내역 등을 조회하는 과정에서 유씨가 이경우와 연락하고 만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유씨가 A씨 납치·살해에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경우는 범행 직후부터 지난달 31일 오후 체포되기 전까지 두 차례 유씨를 만나 수천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유씨 부부는 범행 이전에도 두 번에 걸쳐 이경우에게 4000만원을 건넸다. 이 가운데 500만원은 유씨가 아내에게 알리지 않고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체포한 유씨를 상대로 이 돈이 납치·살인 착수금 명목인지 확인할 방침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용의자 이경우(35)가 4월3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씨 측은 이경우에게 건넨 돈은 범행과 무관하며 차용증을 쓰고 빌려준 돈이라는 입장이다. 돈을 건넨 시기도 이번 사건 훨씬 이전인 2021년 9월로 이후로는 금전 거래가 없다고 항변했다. 

유씨 부부는 이경우와 범행 당일을 전후해 만난 데 대해서도 "범행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씨 부부는 2020년 논란의 P코인에 투자하면서 당시 이를 홍보하던 피해자 A씨를 알게 됐다. 아내 황씨는 이경우와 피해자 A씨가 연루된 공갈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경우 등 P코인 투자자 18명은 2021년 2월 황씨가 시세조종을 해 코인 가격이 폭락했다고 의심, 그가 묵는 호텔에 찾아가 1억9000만원 상당의 코인을 빼앗은 혐의로 수사받았다. 경찰은 이경우를 공동공갈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A씨는 불송치했다.

유씨 부부는 이 사건 이후 이경우와 오히려 더 가까워 졌고 최근까지도 가깝게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건 다섯 번째 피의자이자 배후 인물로 지목된 유씨가 체포되면서 수사는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납치·살해를 직접 실행한 황대한과 연지호는 혐의를 인정하면서 이경우가 전반적인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했다고 지목했다. 그러나 이경우는 체포 직후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면서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다만, 배후로 지목된 유씨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유씨 부부 주장대로 금전 거래가 2년 전을 마지막으로 확인되지 않을 경우 수사가 답보 상태에 머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