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이고 싶은 도자기인형, 그 불안한 아름다움에 대해 [e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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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줄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소나무 분재를 앞에 두고 섰다.
그런데 어느 평범한 가정집을 배경으로 삼은 이 장면이 영 자연스럽지가 않다.
멈춰 있는 그들이 적어도 작가의 작품 안에선 살아 움직이는 에너지를 얻는 건데.
3∼4년 전쯤 "매끄러운 표면에 매료돼" 도자기 인형을 그린 게 시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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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단단해도 속은 비어 '깨지기 쉬운'
도자기인형 등 생명체 빼닮은 모조품들
'미지의 방'에 들이며 동시대 정서 표현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푸른 줄무늬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소나무 분재를 앞에 두고 섰다. 그런데 어느 평범한 가정집을 배경으로 삼은 이 장면이 영 자연스럽지가 않다. 여인 때문이다. 사람이기보단 인형 같은 저 얼굴이 불편한 시선을 만드는 거다.
과연 저 여인은 사람 닮은 인형인가, 인형이 된 사람인가. 굳이 답이 필요하다면 앞엣것이 맞다. 작가 최지원(27)의 작업이 “도자기 인형을 소재로 동시대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니.
작가는 스스로 만들어낸 ‘미지의 방’에 들인 사물들을 화면에 옮긴다. 주로 생명체를 빼닮은, 어쩌면 생명을 가진 진짜이고 싶어하는 모조품들이다. 멈춰 있는 그들이 적어도 작가의 작품 안에선 살아 움직이는 에너지를 얻는 건데.
3∼4년 전쯤 “매끄러운 표면에 매료돼” 도자기 인형을 그린 게 시작이란다. 겉은 단단해 보이지만 속은 텅 비어,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긴장감도 한몫했단다. “겉은 아름답지만 늘 불안하게 살아가는” 우리 사는 시대가 그렇지 않으냐고.
결국 사는 일과 죽는 일을 무색케 만드는 그 큰일을 붓과 물감만으로 해냈다. 향기 한 줄 없는 ‘무향’(Unscented·2023)으로, 정물화와 초상화 사이를 맹렬히 오가면서.
8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42길 디스위켄드룸서 여는 개인전 ‘채집된 방’(Collecting Chamber)에서 볼 수 있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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