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인플레보다 침체"…2008년보다 더 비관적인데 매수 타이밍?[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투자자들이 드디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리스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은 1년 가까이 제기돼 왔으나 지금까지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세를 유지하며 인플레이션 우려에 가려져 왔다.
미국 노동부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2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2월 구인 규모는 993만명으로 전월(1월) 1060만명 대비 7%가량 감소했다. 구인 규모가 1000만명 밑으로 내려가기는 2021년 5월(920만명) 이후 1년 11개월만에 처음이다.
이날 발표된 지난 2월 공장 주문은 지난 4개월 중 3번째 감소세를 나타냈다.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하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국채와 금으로 몰려 들었고 증시는 3대 지수 모두 0.5%대 약세로 마감했다.
온다의 미주 지역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모야는 마켓워치에 "기업들의 구인 규모가 꽤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감소한 지난 2월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며 "경제 일부가 꺾이면서 침체로 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은행위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데 은행위기는 중소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우리는 힘든 시기를 겪게 될 것이며 아마 시장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지금까지는 고용시장 약화 소식이 금리 인상 중단 신호로 해석돼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지만 이날은 증시에 부담이 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모야는 기업들의 구인 규모 감소는 임금 상승 압력을 완화해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이어지는 호재이지만 투자자들이 이제는 인플레이션보다 경제 성장세에 더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날(3일) 사우디 아라비아 등이 오는 5월부터 원유 감산을 결정함에 따라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을 때는 미국 증시가 별로 충격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는 상승했다.
모야는 "우리는 이제 배럴당 100달러의 유가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상당히 분명해 보인다"며 "유가 급등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불안을 잠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엔 경제가 너무 약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이 휘발유 등 필수품에 써야 하는 돈이 늘어 재량적 소비가 줄면서 오히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 운용사 핌코의 이코노미스트인 티파니 와일딩과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앤드류 볼스는 글로벌 시장과 경제에 대한 6~12개월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은행 부문의 변동성으로 인해 신용 조건이 상당히 긴축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더 빠르고 더 깊은 경기 침체"가 발생할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UBS 글로벌 자산관리의 CIO인 마크 헤펠레는 성장주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새로운 강세장이 곧 시작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또 BMO 캐피탈마켓의 금리 전략가인 이안 린겐과 벤 제프리는 "미국 경제가 상당히 높은 금리를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한 기반 위에 서 있다는 개념이 오류일 수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에 위치한 TD증권의 수석 미국 금리 전략가인 제나디 골드버그는 마켓워치와 전화 인터뷰에서 "구인·이직(JOLTS) 데이터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구인 규모가 줄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는 1인당 일자리 수가 상당히 급격히 감소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용시장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고용시장이 금융 조건 긴축에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첫 신호이긴 하지만 향후 취업자수 증가폭이나 경기 침체의 깊이 등과 관련해 많은 것을 유추해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소프트랜딩(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던 지난 3월에 금융회사 전략가들의 주식 전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더 비관적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뱅크 오프 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는 금융회사의 전략가와 애널리스트 등 셀(Sell) 부문 쪽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3월에 포트폴리오 내 주식 투자 권고 비중이 52.7%로 전달 대비 거의 25%포인트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말과 미국 증시가 금융위기 이후 바닥을 찍고 새로운 강세장을 시작한 2009년 3월보다도 더 낮은 수준의 주식 투자 권고 비중이다.
하지만 셀(Sell) 부문의 비관론은 역으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로 2008~2009년 이후 이 때보다 주식 투자 권고 비중이 더 낮았던 때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S&P500지수는 12개월 후 상승해 있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주식 및 퀀트 전략팀장인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보고서에서 "우리는 월가 전문가들의 주식 투자 권고 비중이 신뢰할만한 역발상 지표라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월가 전문가들의 주식 투자 신중론은 증시가 올 1분기의 강세를 이어갈 태세가 되어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또 "셀 사이드 지표(SSI: Sell Side Indicator)가 증시의 모든 상승과 하락을 맞추지는 못하지만 역사적으로 12개월 후 S&P500지수의 수익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수브라마니안은 지난 3월 주식 투자 권고 비중이 급감한데 대해 은행위기로 인해 금융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권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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