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덜 쓰고 근육 키운다... 日서 개발한 ‘압박 벨트 트레이닝’
1960년대 일본의 역도 선수이자 보디빌더인 사토 요시아키는 이른바 양반다리로 정좌한 상태로 있다가 종아리 근육이 팽팽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마치 종아리 근육을 키우려고 최대로 힘을 썼던 상태로 느껴졌다. 사토는 이것이 골반이 접히는 자세로 사타구니 정맥이 눌려서 하지 정맥 혈류가 차단됐기 때문으로, 위로 못 올라간 혈액이 종아리에 몰리면서 생긴 현상으로 봤다.
그는 많은 역도 선수가 무거운 역기와 아령을 드느라 관절 손상이 오는 것을 보고, 무거운 역기를 들지 않고 근육을 훈련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이에 사토는 혈압 잴 때는 쓰는 압박 벨트로 팔 상단을 조이고 저강도로 근육 운동을 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것이 힘을 덜 쓰고 효율적으로 근육을 키우는 혈류 제한(Blood Flow Restriction) 트레이닝의 시작이었다. 이후 이 운동 방식은 일본 전역과 전 세계에 퍼져 나갔고, 근육 재활 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최근 인기를 더하며,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 논문이 수시로 나오고 있다. 집에서도 혼자 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압박 벨트도 나와서 판매되고 있다.
혈류 제한 운동의 핵심 원리는 근육을 혈액으로 부풀리는 것이다. 팔, 다리 시작 부위에 압박 벨트를 감싸서 동맥은 살짝 눌리고 정맥 혈류는 차단될 정도의 압력을 가한다. 정맥 혈류가 차단되면 피하 정맥이 부풀어오르고, 피부 톤이 살짝 검붉게 된다. 동맥 혈류는 70% 정도 유지하면 된다. 피부가 창백해지면, 압박 벨트를 너무 세게 조여서 동맥 혈류가 차단된 신호이니, 압박 강도를 낮춰야 한다. 혈류 제한이지 혈류 차단은 아니다.
혈류 제한 상태가 되면 혈류가 정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여 말초 혈관에 피가 점점 쌓여간다. 쌓인 혈액은 평소에 사용되지 않았던 혈관까지 흘러들어 근육 내 혈관층이 확대된다. 근육에 혈액이 차오르고, 적혈구가 모세혈관 구석구석까지 산소를 전달한다. 이 상태서 저강도 근육 운동을 하면, 고강도 훈련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보통 근육을 키우려면 최소 자기 최대 근력의 70% 이상 힘을 써야 하는데, 혈류 제한 상태에서는 최대 근력의 20~30%만 힘을 써도 근비대가 일어난다. 근육이 혈액으로 부푼 상태라서 큰 노동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여 근육을 늘린다는 것이다. 저강도로 30회-15회-15회 3세트 시행하고, 세트 간 1분 정도 쉬는데, 쉬는 동안은 압박 벨트를 풀지 않는다.
일본 병원에서는 뇌졸중 등으로 장기간 누워 있어 근육이 빠진 환자나, 골절로 다리 깁스를 오래 해서 종아리 근육이 가늘어진 환자, 근감소증이 온 노인 등에게 혈류 제한 운동 치료를 하고 있다. 저강도로 운동하기에 한동안 운동을 안 하던 사람도 부상 위험 없이 할 수 있다. 국내 병원들도 최근 팔다리 혈류 제한 장치를 도입하여 쓰기 시작했다.
다리에 혈류가 차단되면, 혈액이 굳어버리는 혈전이 생길 수 있으니, 임신, 암 치료, 수술 후,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등 혈전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는 이 운동을 권장하지 않는다. 팔 다리를 압박 벨트로 너무 세게 조여서 통증, 무감각 또는 저림을 유발해서도 안 된다. 일부에서는 혈류 제한 운동 효과는 개인마다 다르고, 이 운동을 하다가 중단하면 고강도 운동을 하고 쉴 때보다 근육 손실률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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