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적발액만 年 1조···현실성 없는 '방지법' 개정 시급
◇진화하는 사기 수법
1인당 적발금액 나날이 높아져
진단서 위조·과다청구는 기본
친족 살해 등 강력범죄도 꾸준
◇퇴보하는 방지특별법
기존 법상 보험금 환수 어렵고
유인·알선행위 처벌 근거 없어
계류된 14개 개정안 통과 절실 중>
# A병원은 실제 수술비를 훨씬 넘는 금액으로 비급여 진료비를 부풀려 허위 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했다.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들에게 시술비로 약 300만 원 상당의 허위 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해주고 지급보험금 중 200만 원을 병원 관계자에게 이체하도록 제안한 것이다. 브로커들은 A병원에 환자를 소개하면 알선 수수료를 지급받기로 병원과 공모하고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를 병원에 소개·알선했다.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보험사기가 나날이 늘어나는 가운데 현행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법적 실효성이 저하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대·환경이 변화하면서 보험사기는 지능화·고도화되고 있지만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2016년 제정 이후 단 한번의 개정도 없는 상태다.
5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이 지난달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이달 중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 업계에서는 현재 특별법 개정안이 14건이나 발의돼 계류 중인 만큼 이번에는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별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보험범죄합동대책단 설치 △보험사기 알선·권유 금지 △보험사기 편취 보험금 환수 △보험사기 보험계약 해지 △보험산업 관계자 가중처벌 △보험사기업자 명단 공표 △금융위 자료 제공 요청권 등이다.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보험사기 관련자들이 제도적 허점을 더 이상 악용하지 못하도록 관리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실제로 보험사기 적발 금액과 적발 인원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보험 업계 및 금융 당국에 따르면 2022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전년(9434억 원) 대비 14.7%(1384억 원) 증가한 1조 818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적발 인원은 10만 2679명으로 전년(9만 7629명) 대비 5.2%(5050명) 증가했고, 1인당 평균 적발 금액은 1050만 원으로 고액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기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사고 내용 조작 유형이 61.8%(6681억 원)를 차지하고 허위 사고 17.7%(1914억 원), 고의 사고 14.4%(1553억 원) 순이다. 사고 내용 조작 유형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진단서 위변조, 입원수술비 과다 청구 유형이 전년(1835억 원) 대비 633억 원 증가(34.5%)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보험사기가 더욱 늘어날 수 있으며 방법도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기 관련 강력 범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학생 아들이 부부싸움을 말리던 중 의도치 않게 아빠를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사건이 사실은 엄마와 사전에 계획적으로 공모한 살인이었으며 범행 전에 남편 명의로 다수의 보험(기존 6개, 범행 직전 3개 추가 가입)에 가입하는 등 보험금을 노린 살인 정황이 속속 드러나 경찰에서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망보험금으로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60대 친모에게 장기간 자동차 부동액을 먹여 살해한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친모의 사망 원인을 변사로 처리했으나 국과수 부검 결과 시신에서 부동액 성분이 검출돼 A 씨를 용의자로 수사해 체포했다.
보험사기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만큼 경찰청이 보험사기 특별 단속을 실시하거나 국세청이 유인·알선 브로커 및 병원 보험사기 수사 확대 및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등 유관 기관들도 다양한 방지책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험 업계는 지적한다. 결국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범정부합동대책반이 상설화되는 등 컨트롤타워가 마련될 수 있는 만큼 보험사기에 효과적·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보험사기 근절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정안을 통해 일반 국민들을 보험사기의 공범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알선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가 마련되고, 보험사기 범죄 수익 환수가 가능해져야 보험사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고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경감을 위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심의와 통과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미와 찐우정 나눈 엄앵란 '전날도 통화…팔 떨어진 기분'
- 아기 해열제 '챔프' 이 숫자 적힌 건 먹이지 마세요…자진회수 결정
- '야산에 마네킹' 신고받고 출동했는데…현장 경찰 '충격'
- '만취운전 사고' 김새론 '내가 생활고 호소한 적 없다'…벌금 2000만원
- 와인바 사장님 울린 20만원 '먹튀 커플'…경찰도 못 잡는다고?
- 첫 만남에 ‘노브라女·백발男’…돌싱이 꼽은 최악의 맞선 상대
- 수습기간 끝나 선물도 돌렸는데…극단 선택한 30대 공무원
- 코인빨래방 건조기서 '펑'…옷에 있던 '이것' 때문이었다
- 코 세게 풀었을 뿐인데…'하반신 마비' 호주 남성 무슨 일?
- [단독] '강남 납치·살해' 피해자도 코인으로 30억 손실…소송 진행중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