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야근, 극히 예외"vs"수당받은 적 손꼽아"…엇갈리는 勞使
연장근로 시간 기록 의무 없어...신고하면 "그만큼 일한 증거 있나"
중소기업계, 우려 불식 위한 노력 약속..."낡은 근로관행 계도하겠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중소기업 사장과 근로자들의 주장이 엇갈린다. 과로와 공짜야근을 부추긴다는 우려에 중소기업계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근로자 측은 주52시간 제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야근, 연장 근무 수당을 주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 16개 단체는 전날(4일) "근로시간 유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공동성명을 냈다. 단체들은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제기된 우려를 하나씩 해명했다. 과로를 조장한다는 우려는 "연장근무를 시키려면 노사 합의, 개별 근로자 동의가 필수"라며 "근로기준법은 강제 근무를 엄격히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공짜야근이 늘 것이란 우려에는 "(공짜야근은) 임금체불"이라며 "법이 강력히 처벌하고 있어 지방 노동 관서에 진정을 내면 얼마든지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 참석한 단체장들은 "동의 없는 연장근로, 공짜야근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에 대한 걱정" "음주운전을 많이 한다고 모든 사람 운전을 금지할 수는 없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오진호 집행위원장은 5일 "노사 합의 없이 연장근무를 시킬 수 없고 만일 공짜야근을 했다면 진정을 내 구제받을 수 있다는 중소기업계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3~10일 직장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9시간 초과 10시간 이하' 34.1%, '10시간 초과' 23.6%였다. 일주일 평균 연장근무 시간은 '6시간 초과 12시간 이하'가 33.2%, 법이 금지한 '12시간 초과'는 13.5%였다.
특히 연장근무를 했다는 응답자 58.7%(299명)는 별도 수당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신 어떤 보상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13.4%는 교통비와 식비, 6.7%는 대체 휴가를 받았다고 했다. 34.1%는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노동계는 연장근무 노사 합의, 개별 근로자와 합의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근로자의 교섭권이 약한 기업도 많고 인사권을 가진 고용주, 상급자의 요구는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회사가 초과근무 수당을 1시간씩 빼고 지급해 문제제기하자 '직장인이 회사에 일이 있으면 당연히 출근해 일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을 받았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밝혔다.
포괄임금제 회사는 근로자 교섭권이 특히 약하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 근무수당을 따로 주지 않고 매달 같은 임금에 합쳐 주는 임금제다. 초과근무를 적게 해도 같은 임금을 받는 장점도 있지만 과도한 초과근무를 정당화하는 장치도 될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2020년 10인 이상 사업장 2522곳을 조사하니 951곳(37.7%)이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기업은 연장근로 시간을 기록·관리할 의무가 없다. 동의없는 연장근무, 공짜노동을 해 지방 노동 관서에 진정을 내도 입증 책임이 근무자에게 있어 구제가 쉽지 않다. 오 위원장은 "진정을 내 지방 노동관서가 기업에 근무 기록을 요구하면 '기록 안 했다' '그렇게까지 연장근무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해 조사가 진행이 안 되는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달 초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기존 1주일에서 1달, 1분기, 1반기, 1년으로 넓히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노동계 반발에 재검토하기로 했다.
중소기업계는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는 반드시 유지해달라"는 입장이다. 상당수 중소기업은 B2B 기업 간 거래를 하는데 불규칙하고 급박한 주문에 납기를 맞추려면 연장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력 부족 분은 60만5000명 수준이고 구인을 해도 미충원된 인원은 18만5000명이었다. 지난달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대표들은 "추가채용을 하려 해도 인력을 구할 수 없다"며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는 경영난 해소와 일자리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중소기업계는 과로, 공짜야근 우려 불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날 공동성명 발표 자리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불합리하고 낡은 근로관행을 적극적으로 계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한 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우려를 해소하고 개편 취지가 현장에 구현될 수 있도록 기업들 대상 설명·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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