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발행·유통 분리한다면 굳이 블록체인 쓸 필요 없다"
"블록체인 기술적 취지 무시하면 안돼…자금조달 효율성도 더 높여야"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올해 초 금융당국이 토큰증권 발행(STO)을 정식 허용하고 토큰증권(ST)의 제도화를 위한 토큰증권 발행·유통 활성화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가운데 핵심 골자인 토큰증권에 대한 발행과 유통을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블록체인 기술은 발행과 유통이 결합된 구조에서도 신뢰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인데, 발행과 유통을 분리시킨다면 굳이 블록체인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또 당국이 블록체인 기술적 취지보다는 기존 전자증권법의 틀 안에서 관리하려고 하다 보니 일어난 부작용이라는 해석이다.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5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섬유센터에서 열린 '블록체인 밋업 콘퍼런스(BCMC)' 행사를 통해 지난 2월 발표된 토큰증권 가이드라인 내용을 두고 "블록체인의 시스템과 철학을 활용하겠다는 것보다는 토큰화(tokenization)만 활용하고, 결국 중앙화(centralized)돼 있던 시스템들을 전부 다 관할하면서 당국이 '플레이'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가이드라인 중요성을 알고 있고, 당국이 '금융소비자의 보호'를 위해 발행과 유통을 분리한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럼에도 문제는 당국이 기존에 있던 전자증권법에 따라서만 토큰증권을 바라보니까 충돌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는 것이 그러하다"며 "분리를 한다면 굳이 왜 블록체인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의 내용도 토큰화보다는 자산의 증권화(securitization)로 바라보는 게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가이드라인 내용 중 당국이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분산원장 요건으로 거래 검증에 참여하는 노드의 51% 이상을 전자등록기관, 금융기관 또는 발행인과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 계좌관리기관으로 구성할 것을 명시한 점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구조에서는 이미 합의가 된 것이기 때문에 노드 51%의 합의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며 "이 와중에 예탁결제원이 토큰증권의 발행심사와 총량관리를 한다고 하는데, 이는 블록체인 기술의 퇴색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히려 이러한 제한 조건을 만들 경우 "중개인(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의 개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계좌관리기관의 토큰증권 발행도 증권사 위주의 STO 혜택이라고 본다"며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를 막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국이 업계에 기존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을 충실히 준수하라고 하지만 실상 당국은 분산원장 기술을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에 어떻게 반영할지 방향을 미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 가이드라인의 내용대로 진행될 경우 "(당국이) 증권을 토큰화한 기술적 취지를 무시하고 토큰을 증권으로 간주해, 기존 법규로만 관리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시스템 인테그레이션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을 블록체인으로 활용하는 것이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권 교수는 "우선 아직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서 비즈니스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향후 법 개정을 준비하면서 충분히 토큰증권 시장의 제도화를 참여자에 대해 제한이 없고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의 철학에 맞게 변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실제 당국은 현재 내년 중 토큰증권 발행 제도의 안착을 목표로 법 개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고 하반기에는 후속 조치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등을 진행한다.
당국이 상반기 내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까지, 가이드라인의 내용 보완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권 교수는 향후 STO와 관련한 내용 중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자금조달의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더 필요하다"며 "이 두 가지가 현재 STO를 추진하고 있는 이들의 숙제"라고 조언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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