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다수 "사회는 못 믿지만, 부와 지위는 믿어"
"우리 사회? 안 믿어. 돈, 지위는 믿지"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공공기관, 언론, 사회 구성원들간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전반 곳곳에는 '불신'과 '의심'이 점차 뿌리내리고 있었다.
반면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위치)가 삶을 안정화한다는 인식은 상대적으로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
"정부와 공공기관, 얼만큼 신뢰하는가"
정부와 공공기관을 신뢰하는 국민은 10명 중 1~2명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지난 2월 10일부터 14일까지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2023 사회적 신뢰 관련 조사'를 진행, 그 결과를 5일 공개했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국민 1천명 중 '정부를 신뢰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105명(10.5%)에 그쳤다. 10명 중 단 1명만 정부를 신뢰하는 셈이다.
이에 더해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인 47.3%가 '정부에서 발표하는 소식이 사실인지 의심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정책의 투명성을 의심하는 태도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3.1%로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공공기관을 신뢰한다'는 답도 183명(18.3%)으로, 공공기관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10명 중 2명도 채 안됐다.
◆ 언론에 대한 불신
"나는 뉴스가 사실인지 의심한다"
국민 10명 8명(78.6%) 정도는 언론 매체가 생산한 뉴스를 신뢰하지 않았다. 또 뉴스 내용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2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다.
특히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연령별로 ▲20대(51.6%) ▲30대(54%) ▲40대(46%) ▲50대(44.8%)로 나타나며, 주로 2030세대에서 언론 보도에 대한 옳고 그름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많았다.
방송 뉴스는 34.4%, 지면신문은 24.5%의 신뢰도를 보였는데, 온라인을 통한 포털사이트(18.1%)나 팟캐스트(9.1%)에서 전달하는 뉴스 내용에 대한 신뢰도는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
이 밖에 '뉴스 매체가 어디인가에 따라 뉴스의 신뢰도가 달라진다'(62%), '뉴스 전달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달라진다'(51.8%)는 결과도 나왔다.
◆ 사회 구성원에 대한 불신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 수준이 낮아지며, 가족을 제외한 주변 인간 관계에 대한 신뢰도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00명 중 절반을 훨씬 넘는 769명(76.9%)은 '대부분의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가족에 대한 신뢰는 87.2%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 수준을 보였다.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20년과 2023년 각각의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회사 동료'에 대한 신뢰도는 44.8%에서 41.6%로, '선배 또는 상사'에 대한 신뢰도는 36.3%에서 35.4%로 소폭 감소했다.
'회사 대표'에 대한 신뢰도 역시 30.4%에서 27.1%로 다소 줄어들었다.
특히 '같은 학교를 다닌 사람들'(24.1%), '고향 사람들'(20%), '이웃집 사람'(17.3%), '같은 지역 사람들'(16.2%) 등에 대해서도 국민 10명 중 3명도 채 안되는 수준만 신뢰한다고 답하며, 학연·지연도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반영하듯, '평소 대화 중 상대방 말이 사실인지 의심한다'는 경우도 지난 2020년 32.1%에서 올해 37%로 5% 증가했다.
'타인은 우선 의심해봐야 한다'는 인식도 연령별로 ▲20대 74.4% ▲30대 72.8% ▲40대 70.8% ▲50대 60%로, 연령 불문 각 세대별 절반을 훨씬 육박하는 수가 타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 안정적인 삶은 '부'와 '명예'에서 비롯된다?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 수준이 점차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가 갖춰졌을 경우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사 결과, 전체 대상 중 절반을 훨씬 넘는 수준의 응답자들이 '남에게 휘둘리지 않을 정도의 경제적 부가 있거나'(73.4%), '남에게 인정받고 존경받을 만한 위치에 있다'(59.6%)면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전문가 견해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 다수의 학계 등 전문가들은 최근 다년간 한국사회에서 발생한 정치적 이념 대립 등 다양한 이슈들이 중앙·지방정부, 언론 등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데 부정적 요인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또 사회구성원간 신뢰도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사회가 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특임교수(사회학)는 "한국 사회는 불특정 다수(사회)에 대한 신뢰성이 낮은 국가의 범주에 속한다는 배경에 더해, 조사 결과에서 다뤄진 2015년~최근까지의 흐름을 보면 다양한 정치적 사건 등이 발생한 점, 정치인간, 시민단체간 등 극심한 정치적 이념 대립이 지속되온 점이 국민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최상적 단위, 즉 중앙·지방정부기관 등을 불신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 신뢰도가 낮아진 점에 보상이라도 하듯, 가족관계 혹은 유사 가족관계 집단적 성향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또 과거와 달리 학연, 지연 등 관계의 신뢰도 하락은 최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간 이어지며 직접 대면보다는 화상 회의 등 비대면 만남이 일상화된 게 이유"라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또 부 또는 지위를 추구하는 경향이 유지되는 것에 대해선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차별적 과시'를 할 수 있을 만큼의 부, 지위, 권력을 향유하길 바라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집단적 성향(문화적 경향성)을 여실히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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