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비난 쏟아낸 트럼프, 재판선 굳은 얼굴로 아홉 단어만 말해 [美 역대 대통령 사상 첫 기소]

유태영 2023. 4. 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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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요(Not Guilty)."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기소돼 4일(현지시간) 오후 2시30분쯤 뉴욕 맨해튼 형사법정에 자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발언은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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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사법전쟁’ 속으로
“Not Guilty” “Yes”… 50분간 단답
맨해튼 검찰, 16쪽 공소장 공개
“입막음 대가, 회사 자문비로 꾸며”
“또 다른 범죄·은닉 의도” 적시도
바이든, 민생행보 집중 거리두기

“무죄요(Not Guilty).”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기소돼 4일(현지시간) 오후 2시30분쯤 뉴욕 맨해튼 형사법정에 자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발언은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제기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전직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뉴욕 AP=연합뉴스
트레이드 마크인 짙은 남색 정장에 빨간색 넥타이를 맨 채 변호인단 사이 가운데에 앉은 그는 전혀 미소를 띠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무죄 주장을 포함해 딱 아홉 단어만 내뱉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기소인부 절차를 주재한 후안 메르찬 판사가 피고인의 권리 등을 설명하자 “예(Yes)”라고 세 번 답했고, 한 번은 “고맙소(Thank You)”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재판 과정을 방해할 경우 그 없이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판사가 알려주면서 ‘이해했느냐’고 물었을 때에는 “이해했소(I do)”라고 답했다.

통상 30분을 넘겨 약 50분간 진행된 절차에서 최소한의 답변만 한 셈이다. 크리스 콘로이 검사가 혐의 내용을 읽어내려가며 유죄를 주장할 때에도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16쪽 분량 공소장과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방검사장 명의의 13쪽짜리 성명이 공개되면서 트럼프가 받는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두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는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본명 스테퍼니 클리퍼드)와의 2006년 혼외정사 관련 폭로를 막기 위해 2016년 대선 직전 마이클 코언 변호사를 통해 대니얼스 측에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송금한 뒤 트럼프그룹 장부에 ‘법률 자문 비용’으로 허위 기재한 혐의(기업문서위조)다. 트럼프 측은 이 돈을 코언의 변호사 활동 수익으로 꾸며 소득세·보너스 포함 42만달러를 되갚기로 했고, 매달 3만5000달러씩 거의 1년간 수표로 지급했다. 검찰은 코언의 청구 내역을 허위로 기재(11건)하고, 수표를 발행(11건)한 뒤 허위 비용 처리(12건)한 사실을 건건이 기소해 트럼프의 혐의는 모두 34건이 됐다.
검찰은 특히 이 과정에서 트럼프에게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거나 은닉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적시했다. NYT는 “뉴욕주에서 (경범죄인) 기업문서위조를 중범죄로 기소하려면 범죄 은닉 목적을 입증해야 하므로 이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브래그 검사장은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가 은닉하고자 한 ‘또 다른 범죄’에 대해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숨기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선거전에서의 유리함을 위해 본인에게 불리한 정보를 파악·구입해 외부 유출을 막은 것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 인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해 34건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팜비치 AFP=연합뉴스
그는 이를 ‘캐치 앤드 킬’(Catch and Kill) 수법이라고 명명하며 ‘입막음’ 의혹 두 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트럼프 측이 대니얼스 외에도 ‘트럼프에게 혼외자식이 있다’고 주장하던 트럼프타워 도어맨에게 3만달러, 한때 불륜 관계였던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에게 15만달러를 건넸다는 것이다. 이는 타블로이드지 내셔널인콰이어러 모회사 AMI가 관련 보도 독점권을 사들이고서 보도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트럼프는 2017년 취임식과 여름 백악관 만찬에 AMI 최고경영자(CEO)이자 자신의 친구인 데이비드 페커를 초청해 대선 기간 도움을 준 데 대한 고마움을 나타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다만 AMI측 돈이 건너간 도어맨, 맥두걸 의혹은 공소장에 담기지 않아 향후 법정 다툼에서 검찰 측이 전체적인 범행 윤곽을 그리는 정도로 활용될 전망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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