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와 찐우정 나눈 엄앵란 "전날도 통화···팔 떨어진 기분"

엄앵란 "현미, 화통하고 털털했어"

배우 엄앵란(왼쪽)과 가수 현미. 연합뉴스

[서울경제]

가수 현미와 60년간 두터운 우정을 쌓아온 배우 엄앵란(본명 엄인기·87)이 현미의 별세 소식에 “팔이 떨어진 기분”이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엄앵란은 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는 이제 친구가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현미와 엄앵란은 연예계에서도 남다른 우정을 자랑했다. 엄앵란은 현미가 별세하기 전날까지도 매일 통화했다며 “현미랑 나랑은 앉으나 서나, 낮이건 밤이건 어디를 가도 같이 다녔다”고 전했다.

엄앵란은 "둘이 20대일 때 한 행사장에서 처음 만났다"며 "현미가 '아이고 엄앵란 씨 이름만 들었지, 얼굴은 처음 뵙네요' 하길래 '내가 언니 할게요'라고 말했다"고 첫 만남을 회상했다.

엄앵란은 화통하고 털털한 성격의 현미를 보고 있으면 어느덧 자기도 깊은 속내를 드러내 나눴다며 "슬프면 슬픈 대로, 사람들이 미우면 미운 대로 서방 욕도 서로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같은 아파트를 살았다”며 "현미 집이나 우리 집이나 서로 자기 집처럼 오고 갔다. 그렇게 재밌게 살았다"고 했다.

현미가 작곡가 고(故) 이봉조와 다툴 적에 마음을 위로하려 들렀던 곳도 엄앵란의 집이었다. 엄앵란은 "(현미가) 아직도 얼음 속에 들어앉았다더라. 만사가 싫고 슬프다"며 울음을 삼켰다.

현미는 지난 1957년 미8군 무대를 통해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재즈풍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밤안개',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없이' 등 연이어 히트곡을 발매하며 1960년대 가요계를 선도했다.

그는 전날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빈소는 현미의 두 아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귀국하면 확정할 예정이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