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교 3~4초만에 '와르르'…보행자 순식간에 사라져

CBS노컷뉴스 이준석 기자,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2023. 4. 5.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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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정자교 붕괴 영상 공개
보행로 3~4초 만에 붕괴…보행자 순식간에 사라져
사고 당시 목격자 "천둥치는 소리가 났다"
안전등급 '양호'받았는데 무너져 주민들 불안
경찰, 전담팀 꾸리고 부실관리 여부 등 수사


5일 오전 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 붕괴 사고의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개됐다.

사고 당시 정자교는 불과 3~4초만에 무너져 보행자는 미처 대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3초만에 '와르르'…순식간에 사라진 보행자

붕괴된 정자교의 모습. 이준석 기자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정자교 보행로 붕괴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이 담긴 7~8초 분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을 보면 정자교 보행로에 설치된 도로표지판이 한쪽으로 기울더니 난간까지 아래 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 모든 과정은 불과 3~4초만에 이뤄졌다.

당시 빗속에 흰색 우산을 쓰고 정자역 방향으로 향하던 보행자는 무너져 내린 보행로와 함께 영상에서 사라졌다.

이날 사고로 남성 행인과 여성 행인이 정자교 아래에 있던 탄천 산책로로 추락했는데, 영상 속 보행자가 누군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천둥치는 소리 났다…사고 당시 목격담 나와

붕괴된 정자교의 모습. 이준석 기자

비슷한 무렵 정자교와 50m 가량 떨어진 도로에 차를 주차해 놓고 쉬고 있었던 A씨는 천둥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고 한다.

A씨는 "천둥소리같은 굉음이 들려 차에서 나와서 봤더니 다리 일부가 무너져 있었다"며 "다리 아래 산책로에 2명이 누워 있었는데, 한명은 움직임이 있었고 다른 한명은 움직이지 않아 바로 119에 신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붕괴된 보행로는 정자교 아래에 있는 탄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까지 내려앉아 있었다. 보행로에 설치된 난간은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간신히 정자교에 붙어 있었고, 교량을 지탱하던 철근은 밖으로 드러났다.

현장에 투입된 굴삭기는 산책로에 널브러져 있는 콘트리트와 도로 표지판 등 잔재를 정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워낙 양이 많아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안전등급 '양호'였는데…주민들 불안

사고 현장을 수습 중인 소방당국 관계자들. 연합뉴스

성남시는 30년 전인 1993년 6월 20일 총길이 110m, 폭 26m 규모로 정자교를 준공했다.

이후 시는 관련법에 따라 매년 상하반기 1회씩 관내 교량을 정기점검 하고, 2년에 한 번씩 정밀점검을 실시해왔다.

가장 최근 이뤄진 지난해 하반기(8월 29일~11월 26일) 정기 안전점검에서 정자교는 '양호' 판정을 받았다. 같은해 상반기 정기점검 결과도 양호 등급이었다. '양호' 판정은 안전등급 4단계(A~D) 중 B등급에 해당된다. 정자교는 2021년에는 C등급을 받았는데, 1년 만에 한 단계 높은 안전평가를 받은 셈이다.

이보다 앞서 2021년 5월에는 정밀점검을 실시했고, 교량 노면 등 일부 보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성남시는 이듬해 관련 보수를 마쳤다.

안전진단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은 교량이 무너지자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 정자동 주민은 "맨날 지나가던 곳인데, 정자교가 무너졌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분당에 정자교보다 오래된 다리도 많은데 앞으로 무서워서 어떻게 건너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평소에는 아무런 생각없이 다리를 지나곤 했는데, 이제는 무서워 일반 도로를 이용해야 겠다"며 "하루빨리 다른 교량의 안전진단을 마무리해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정자교 붕괴 원인은?…경찰 수사 나서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경찰 수사도 성남시와 분당구청의 관리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전담팀을 편성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분당구청이 실시한 안전점검 기록과 내용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아울러 사고 현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제9조는 교량같은 공중이용시설에서 시민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시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정자교가 중대재해법이 명시하고 있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되는지, 이번 사고가 '중대시민재해'로 볼 수 있는지 등 법 적용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 오전 정자교에 설치된 인도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송구하다"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성남시 전체 211개 교량에 대한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정교 통제와 같은 경우는 교량 안전이 확인된 이후에 해제할 예정"이라며 "사망자에 대한 예우와 중상자에 대한 치료 지원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45분쯤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중 정자역 반대 방향 보행로 50m가량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당시 정자교를 건너고 있던 A(40대)씨와 B(20대)씨가 5m 아래 탄천 보행로로 추락했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A씨는 숨지고, B씨는 중상을 입고 치료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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