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갈때 건너던 다리가…넉달전 ‘양호’ 조롱하듯 와르르 붕괴

지홍구 기자(gigu@mk.co.kr) 2023. 4. 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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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정자교 보행로 붕괴사고
40대 女 1명 사망·20대 男 부상
작년 12월 점검서 양호 ‘B’ 등급
성남시, 안전진단 후 통행 검토
[사진 = 연합뉴스]
지은 지 30년 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 교량 일부가 붕괴돼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는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 교량은 지난해 정기안전점검에서 ‘양호’를 의미하는 B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사고 원인에 대해 의문을 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실 진단 의혹과 함께 교량 부속 시설물 관리 사각 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5일 오전 9시 45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정자교 가드레일과 보행로가 붕괴됐다. 정자교는 탄천을 가로지르며 느티마을 사거리와 궁내 사거리를 연결하는 교량으로 1기 신도시인 분당신도시 조성과 함께 1993년 준공됐다. 총길이 108m, 폭 26m의 왕복 6차선 규모로, 도로 양쪽에 가드레일과 보행로가 교량 부속시설로 설치돼 있다. 무너져 내린 보행로는 전체 108m 구간 중 50여m이며, 교량 가드레일과 이정표 등이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경찰이 사고 현장을 비추는 CCTV를 확인한 결과 보행로는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왕복 6차 도로는 붕괴되지 않았지만 보행로를 걷던 행인 2명이 5m 아래로 떨어져 4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20대 남성 1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정자교는 지난해 성남시 정기안전점검에서 ‘양호’를 의미하는 B등급을 받아 사고 원인에 관심이 모아진다. 성남시는 매년 상·하반기 두차례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하고, 2년에 한번씩 정밀안전점검을 한다. 지난해 말 정기안전점검에서 정자교는 B등급을 받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일각에서는 교량이 노후한 상태에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지반이 약해졌고, 교각이 영향을 받으면서 가드레일 쪽 보행로가 붕괴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기상당국에 따르면 성남 분당에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이날 오후 2시 40분까지 36.5mm가 내렸다.

부실 안전 진단 의혹도 제기된다. 성남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보통 교량에는 하중 저감 장치인 캔틸레버를 별도로 마련해 하중을 분산시킨다”면서 “30년 전 시공된 교량에 이런 장치들이 마련돼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장마 때문에 범람이 반복되면서 구조 안정성이 취약해졌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안전진단 과정에서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안전 진단에 부실 요소는 없었는지, 다른 교량에는 문제가 없는지 성남시와 경기도에 전수조사를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성남 분당을이 지역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신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게 노후시설이 많이 있다”면서 “정자교 보수작업과 더불어 다른 시설물 안전사항을 시청, 구청, 소방당국과 함께 점검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승희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한강대교 등 1·2종 시설물들은 법적으로 관리감독을 엄격하게 하도록 돼 있지만 중소형 교량은 3종 시설물로 관리감독 사각지대”라면서 “특히 메인 바디(도로)가 붕괴되지 않은 이번 사고에서 보듯 난간이나 중앙분리대, 가로등과 같은 교량 부속시설물 관리를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사고 원인을 언급하기 힘들다”면서 “구체적인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남시는 사고 이후 정자교(왕복 6차로)의 양방향 통행을 통제했다. 평소 정자교를 이용하던 차량은 북측으로 1.8㎞ 떨어진 궁내교나 남측 방면 645m 떨어진 금곡교를 이용해 우회한 뒤 성남대로를 이용하면 된다. 중장비를 투입해 낙하물을 치우고 있는 성남시는 “낙하물을 다 치우면 사고가 난 정자교 통행 재개에 문제가 없는지 구조 안전진단을 벌일 예정인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점검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당신도시 조성과 함께 만들어진 교량 일부가 붕괴하면서 1기 신도시 인프라스트럭처의 노후화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있다. 일산신도시가 들어선 고양시 일산 동·서구에서만 최근 5년간(2018~2022) 20건의 지반침하(땅꺼짐)가 발생했다. 고양시 전체 지반침하 발생 건수는 30건으로 대부분 일산에 집중됐다. 상당수는 노후되거나 부실 시공된 상하수도관 손상이 원인이다.

2018년 12월 일산 백석역 인근에 매설된 온수배관이 터지면서 차를 타고 현장을 지나던 60대가 숨지고 20여명이 화상 등을 입었다. 문제가 된 배관은 1991년도에 매설돼 노후되고. 용접 불량도 확인됐다. 지난해 5월엔 사고 지점 인근에서 또다시 온수배관이 터져 도로가 통제되기도 했다. 해당 배관 역시 1995년 매설돼 노후화가 심각했다.

고양시는 일산을 포함한 관내 57개 도로를 대상으로 지반탐사를 벌여 196개 공동(空洞)을 찾아내 채움재 주입 등 복구작업을 진행했다. 연말까지 노후 하수관로 점검도 끝낼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일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지반 조사 및 관리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용역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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