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AI 시대에 필요한 건 문해력

팽동현 ICT과학부 기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세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그에 따른 변화를 예측하는 이야기도 다양한 형태로 오고 간다. AI로 없어질 일자리는 수년 전부터 화젯거리였지만, AI로 뜨거나 생겨날 일자리에 대해서도 요즘 들어 본격적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이런 직업 중 하나가 'AI 조련사'로도 불리는 프롬프트(지시어) 엔지니어다. 적절한 프롬프트를 입력함으로써 원하는 답변이 나오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이들이다. 프롬프트 사용에 능숙한 기술자라고 볼 수 있다. AI 시대 신종 직업이다.

최근 AI스타트업 뤼튼은 최대 1억원의 연봉을 내걸고 국내 최초로 AI 프롬프트 엔지니어 공개채용을 진행하며 화제를 모았다. 앞서 오픈AI 출신들이 세운 미국 스타트업 앤스로픽도 프롬프트 엔지니어 구인 공고에 최고 33만5000달러(약 4억4000만원)를 내건 바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따르면 초거대 AI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는 쉽고 간결한 표현, 열린 질문보다 닫힌 지시문, 맥락을 갖춘 지시와 적절한 예시 제시 등의 역량이 요구된다. 즉 글을 다루고 이해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뤼튼도 이번 채용에서 코딩 실력은 무관하다고 명시했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연봉 1억원이 넘는 지원자를 포함해 다양한 이들이 지원했다고 한다.

이런 프롬프트 엔지니어에 대한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필자가 떠올린 것은 인터넷정보검색사다. 닷컴버블 전후로 검색서비스가 확산되던 시절에 잠시 화제가 됐던 직업이다. 검색엔진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도록 하는 일을 했다.

필자도 관련 수업을 듣고 자격도 취득한 것으로 기억하지만 이력서에 기재한 적은 없다. 검색 기술의 발전과 함께 검색 활용도 보편화되면서 따로 써먹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일부 학자들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들이 AI를 테스트하는 게 효과적인지 의문을 제기한다는 내용을 함께 담았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학) 에단 몰릭 교수는 수업에 챗GPT 사용을 권했음에도 프롬프트 엔지니어에 대해선 "미래 직업이 아니다"며 "사라질 유행"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미래가 인터넷정보검색사의 경우와 다를 수도 있다.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전문적인 역량을 얼마나 고도화할 수 있냐에 따를 것이다. 하지만 생성AI의 기술 발전과 활용의 보편화가 점쳐지는 현재로선 전문적인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대두보다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역량의 대중적인 확산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역시 다른 업무로 확산돼 모습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이들이 텍스트 생성AI를 보다 폭넓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은 당연히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도 달렸겠지만, 우리들에게 달린 몫도 적지 않을 수 있다. 바로 문해력 문제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주어진 문장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이 25.6%로 OECD 회원국 평균(47%)보다 낮았다. 특히 피싱메일을 식별하는 역량은 꼴찌였다.

요즘은 단지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수준을 넘어 영상 등 디지털 기반 자료에 대한 이해도 요구하는 시대다. 맥락을 읽지 못하는데 맥락 있는 지시어를 잘 쓰는 일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스낵 콘텐츠의 범람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까지 겹쳐 언젠가부터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역량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앞으로 AI와 공존·협업하는 시대를 준비하려면, 보다 기초적인 부분부터 돌아볼 필요가 반드시 있을 것 같다. 바로 문해력 강화다. d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