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형사 기소` 트럼프에 둘로 쪼개진 미국인들
미국 대통령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놓고 미국인들이 둘로 쪼개졌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인부 절차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 맨해튼 법원에 출두한 4일(현지시간),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反) 트럼프 시위대는 극심하게 대립했습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정 출두에 수천명이 모였습니다. 뉴욕 로어맨해튼에 있는 법원 청사 주변에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취재진 등 수천명이 운집했습니다. 법원 앞 컬렉트폰드 공원의 반쪽은 '트럼프 반대자들', 다른 반쪽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차지하며 각각 시위를 벌였습니다.
트럼프 반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퍼부었던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는 악담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구호를 합창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각종 분장과 퍼포먼스도 등장했습니다. '트럼프의 부패는 우리 모두에게 위험', '인종차별을 애국으로 위장하지 말라',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고 적힌 피켓들도 빼곡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이겼다', '바이든을 탄핵하라', '트럼프가 아니면 죽음을',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등의 구호가 적힌 깃발을 펼쳐 들고 응원했습니다. 상당수가 백인이었지만 아시아계, 흑인들도 많았습니다. 다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인만큼 지지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습니다.
이날 오전에는 극우 성향의 친(親)트럼프 정치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공화·조지아) 하원의원 등이 시위에 동참했으나 금방 자리를 떴습니다. 가짜 학력과 이력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공화당 소속 조지 산토스 하원의원도 모습을 드러내고 트럼프에 대한 지지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반트럼프 진영에서 "감옥에 가둬라", "체포하라"는 구호를 합창하자 친트럼프 진영은 "유에스에이"를 외치며 맞섰습니다. 일부 시위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언쟁이 벌어졌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습니다.
정치권도 또다시 대립했습니다.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 검사장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정치적 혐의를 적용해서 민주적 절차를 방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브래그가 연방 법 절차를 무기화한 것을 의회에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과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도 각각 "이번 기소는 천박하며 이 정치적 박해는 우리나라의 어두운 날이 될 것", "정치가 되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은 정당한 법적 절차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과 법에 기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미국 사법 시스템의 법적 절차에서 외부 영향이나 위협이 있을 자리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애덤 시프 하원의원(캘리포니아)도 트위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강력한 사람도 책임을 져야 하며 누구도 법 위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뉴욕 경찰은 총출동했습니다. 미국 뉴욕시 당국은 경찰 3만6000명을 투입하고 법원 청사 주변에 장벽과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습니다. 트럼프가 하룻밤을 묵은 트럼프 타워 주변도 바리케이드로 봉쇄했지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인부 절차를 마친 후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자택으로 복귀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내가 저지른 유일한 범죄는 우리나라를 파괴하고자 하는 이들로부터 용감하게 지킨 것"이라며 "이번 기소는 우리나라에서 여태 본 적이 없는 규모의 엄청난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맨해튼 검찰이 자신을 기소한 것이 자신의 2024년 대선 출마와 당선을 막기 위한 '정치적 수사'라는 것입니다. 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발언으로 연설을 마무리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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