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포함 주요 작물에 대한 소득 안전장치 마련해야” [‘양곡관리법’ 거부…대안은⑧]

양석훈 2023. 4. 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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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양곡관리법’ 거부…대안은]
⑧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의결했다. 국회로 돌려보낸 개정안은 사실상 폐기되고 2021년 쌀 수확기부터 점화된 양곡관리법 논란이 결국 ‘빈손’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로 쌀 수급 균형을 맞추고 비상 상황에는 시장격리를 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벌써 큰폭의 쌀소득 감소를 경험한 농민 입장에선 잘 와닿지 않는 얘기다. 2020년 변동직불제(쌀 목표가격제) 폐지로 쌀값 완충장치를 잃어버린 쌀 생산농가들은 소득 안정을 위한 대안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민신문>은 우리 주곡이자 농정의 중심에 있는 ‘쌀’에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양곡관리법 거부권 이후’의 대안을 모색한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의 의견을 들어봤다.

시장격리 기반 되는 통계 정확성 높여야

Q1. 양곡관리법 논란의 핵심은 ‘수요초과 쌀 관리방식’에 있었다. 바람직한 초과 쌀 관리방식은.

▶ 쌀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은 구조적 공급과잉이다. 쌀 생산량도 감소 추세나, 쌀 소비량이 더 빠르게 감소하며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1인당 쌀 소비량은 2011년 71.2㎏에서 2021년 56.9㎏으로 지난 10년 동안 약 20% 감소했다. 반면 쌀 재배면적은 14%, 생산량은 8%만 감소했다. 쌀은 평년작(10α당 521㎏)만 생산돼도 20만t 수준의 초과 생산량이 발생한다.

쌀 구조적 공급과잉을 줄이려면 공급은 줄이면서 수요는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쌀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국가 식량안보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논벼 재배면적을 줄이고 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 시행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동안 논 타작물 재배지원(생산조정제) 등 벼 재배면적을 축소해 쌀 생산량을 줄이려는 정책이 추진됐음에도 불구하고 쌀문제는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던 만큼, 논에 벼가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의 실효성(인센티브)을 제고해야 한다. 동시에 쌀 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올바른 식생활 교육, 취약계층에 대한 쌀 지원 확대, 쌀 가공산업 활성화 등 소비 활성화 대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특히 쌀 초과 공급으로 인한 가격 하락 상황이 발생할 때 현재 양곡관리법상으로도 정부가 재량적으로 시행 가능한 시장격리 대책을 보다 적극적·효과적으로 시행해, 쌀산업 관련 경제주체들로부터 시장 안정에 대한 농정 신뢰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쌀 관련 생산·소비·재고 등 통계 수집 및 분석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또 이를 기초로 격리 시점·방법·물량 등에 대해 다양한 도상연습을 해서 쌀 시장 안정 효과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전략작물직불금 단가 합리성 검토 필요

Q2. 정부는 쌀 수급안정 대안으로 전략작물직불제 등 타작물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하지만 쌀 농가의 작목전환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 벼농사의 높은 기계화 진전 등 영농 편의성으로 인해 홍보성·캠페인성 타작물 재배 전환 요청은 의미가 없다. 적절한 지원단가 제시 없이는 쌀농가의 작목 전환 유인은 크지 않을 것이고, 이로 인해 생산량 감소 효과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정부는 쌀농가의 작목 전환 유인을 위해 주요 품목별 지원단가의 합리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의 전략작물직불제와 국회(야당 제안)의 생산조정제 예산을 통합해 타작물 재배 전환에 대한 지원단가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쌀농가의 타작물 재배 의향과 수용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쌀값 감소하면 소득은 더 크게 감소, 안전망 필요

Q3. 쌀 수급이 안정된다 해도 쌀값이나 쌀소득은 떨어질 수 있다. 쌀농가의 소득안정을 위해 고려해 볼 방안이 있다면.  

▶쌀은 기초 식량이자 전체 농경지의 53%, 전체 농가의 52%, 전체 농업생산액의 17%, 전체 농업소득의 33%를 차지하는 한국농업의 근간이다. 

농산물은 가격이 하락하면 소득감소율은 그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쌀의 경우 가격이 15% 하락할 때 소득감소율은 26.7%로 차이가 1.78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농산물 가격 하락 때 농업소득 감소는 더 크게 나타나 농업경영에 치명적 타격을 주므로, 쌀과 같은 주요 농산물의 가격 하락 리스크를 흡수하는 농가경영 및 소득 안정을 위한 가격 하락 대응 경영 위험 지원제도가 필수적이다. 

2015년 쌀 관세화 전환과 2020년 논·밭 통합 공익직불제 개편에 따른 쌀 변동직불제(목표가격제), 향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협정 가입 때 예상되는 추가적인 쌀 개방 가능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쌀가격의 하락과 농가의 경영 위험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농가소득 유지와 농업경영 안정을 위해 전통적으로 5년 주기로 개정되는 팜빌(농업법)을 기반으로 농가소득의 핵심이 되는 쌀·밀·콩·옥수수 등 기초 농산물에 대한 생산비 연계 가격 하락 대응 농가경영 안전망 장치를 강화해왔다. 

일본은 쌀 공급 과잉을 방지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사료용·가공용 쌀, 보리·콩 등 쌀 이외 타작물 재배 때 쌀소득에 상당하는 수준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일본과 같이 쌀 등 기초 농산물 가격 및 경영 위험에 대응하는 정책 신설이 필요하다. 쌀처럼 하나의 특정 품목만이 아닌 정책 대상 품목군 전체에 대해 농가소득 및 경영 안전망을 마련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농정은 현재 쌀 수급 불균형과 가격 하락 문제, 전반적인 식량자급률이 감소하면서 식량안보에 취약한 우리나라 농정에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도 향후 쌀·보리·콩·밀 등 주요 식량작물에 대한 농가경영 및 소득 안정 장치를 구축하고 이를 꾸준히 시행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 쌀가격 및 소득 안정, 논농업의 공익적 기능 확산 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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