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과 함께 한 진실버스 열흘 동행취재기[정다운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대담 : 박희영 기자
[앵커]
이태원 참사 150일째를 맞았던 지난 27일, 참사 유가족들이 '10.29 진실버스'에 올라 열흘간 전국을 순회하고, 오늘 마침내 서울 이태원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독립적인 진상조사기구를 설치하는 특별법을 제정해달라며 전국의 시민들을 만나 국민동의청원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는데요.
덕분에 8일째 되던 지난 3일, 5만명을 돌파해 국회의원 발의 없이 관련 상임위원회에 곧바로 상정할 수 있게 됐죠.
이 버스에 첫날부터 열흘간 함께 한 사회부 박희영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박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1) 보통 기자들이 특별한 일정만 콕 집어 취재하잖아요. 박 기자는 어쩌다 끝까지 모든 일정을 함께 하게 된 거예요?
[기자]
이태원참사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압사로 159명의 희생자가 나온 대형 참사입니다. 당연히 이태원 참사에 관한 기록이 중요하고, 유가족은 더욱 중요한 증언자입니다. 그런데 참사 직후 유가족에게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을 때는 많은 기자들이 달려들어 취재했는데, 지금은 잠잠하잖아요.
유가족이 진실버스에 오른 건 이제야 '말하겠다'는 뜻으로 들렸어요. 유가족이 말할 준비가 됐을 때야말로 언론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열흘간의 동행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앵커]
2) 서울에서 출발해 인천, 전주, 광주, 부산, 대구 등 13개 도시를 방문했어요. 유가족 바로 옆에 함께 있다보면 저희들이 알지 못할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들었겠어요.
[기자]
사실 '유가족의 말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족의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유가족들은 숨진 가족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런데도 고통스러운 일을 끊임없이 해야 했던 이유는, 이분들은 아직까지도 가족이 언제 숨을 거뒀는지, 언제 어떤 상태에서 무슨 조치를 받았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국 순회 중 만난 몇몇 사람들이 유가족들을 향해 고함치거나 상처 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지지하는 정당이나 특정 지역을 떠나서 유가족의 고통에 공감해주고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진실버스가 경남 진주지역에 도착했을때는 경남대 학생들이 직접 유가족을 도와 서명운동을 함께하기도 했는데요.
유가족들은 순간순간 어딘가 숨어서 울다가도, 눈물을 얼른 닦아내고 다시 시민들에게 다가갔는데요. 그만큼 자식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싶어하는 절박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앵커]
3) 그런데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가 진행되고 있잖아요. 유가족들이 반드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래서 독립된 진상조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기자]
시민들은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대형참사라면 희생자 개개인에 대한 사실관계까지는 파악하기 어려울 거라고 막연히 짐작하는데요. 이미 우리 의료시스템은 개개인에 대한 구급일지를 작성하고 있고요. 여기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조됐고 조치됐는지 기록하게 돼있어요.
그런데 유가족들이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구급일지를 보면 대부분 참사시간부터 새벽 1시 무렵 장례식장에 안치되기까지 시간대의 기록이 공백으로 남아있어요.
참사 희생자 유진씨의 아버지 최정주씨는 아직도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규명되지 않았다고 호소했습니다.
[인서트-고 최유진 아버지 최정주씨]
"진상도 모르고, 아직도 우리는 언제 왜 어떻게 누가 그러한 (참사 대응 관련) 지시를 했다 하는 어떤 명확한 어떤 정말 알고 싶은 것들을 모르잖아요.
지금 특별법을 요구하는 이유가 독립된 조사기구를 통한 제대로 된 어떤 진상과 진상 규명과 사실을 알고 싶은 건데요."
설령 당시의 급박한 상황 때문에 기록이 누락됐다면, 정부가 지난 기록을 검토해서 진상을 규명할 책임이 있거든요. 사건 기록을 촘촘히 재구성해야 사건 전후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앞으로 어떤 대책을 세워야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죠. 그런데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설치해 사실관계를 확인해보자는 겁니다.
[앵커]
4) 진실버스 8일차에 5만명을 돌파해서 국회의원 발의 없이 독립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상임위원회에 곧바로 상정할 수 있게 됐잖아요. 이제 유가족의 다음 계획은 뭔가요?
[기자]
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이 상정될 수 있게 됐으니, 공이 국회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직 법이 통과된 것도 아니고 진상조사기구가 꾸려진 것도 아니니 첫발을 뗀 것에 불과한 셈이죠. 유가족들은 특별법을 실제로 제정되고, 정부가 진심 어린 사죄와 함께 책임을 이행할 때까지 계속 분향소를 지키며 진상규명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앵커]
5) 결국 진실버스가 전국을 돌고서 오늘 이태원역에 도착해 지금 서울광장 분향소로 행진 중이잖아요. 분향소 위치 문제로 갈등이 심각했는데, 서울시와 유가족 간 분향소 관련 협의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요?
[기자]
서울시는 앞서 녹사평 지하철 역사 지하 4층에 분향소를 설치하자고 했다가 유족들한테 거절 당했는데요. 이후 다시 4월 1일부터 5일까지 합동분향소를 운영한 뒤 광장에선 자진 철거하고 추후 기억공간 등을 세우자고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진상도 모른 채 잊혀질 지 모른다는 절박감에 진실버스에 몸을 싣고 전국을 떠돌았던 유가족은 진상 규명과 서울시 등 책임 인정, 사과가 없다면 서울광장 분향소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앵커]
네, 끝까지 지켜봐야 겠네요. 고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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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mat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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