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불과 수개월만에 양성되는 `스시 장인`

2023. 4. 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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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얼마 전 일본 도쿄에서 열렸던 WBC (World Baseball Classic)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들이 일본의 대표 요리인 스시(생선 초밥)를 현지식이 아니라 원래 먹던 음식인양 젓가락질을 하며 자연스럽게 즐기는 장면들이 SNS에 올라오면서 뜨거운 화제를 일으켰다. 이제 일본의 스시가 전 세계가 즐기는 월드와이드 음식임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이렇다 보니 스시를 취급하는 전문 식당은 이제 일본을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본의 농림 수산성의 추산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해외에 약 16만개의 일본 전문 식당이 있다. 이는 15년만에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미국 스타벅스의 증가율보다 높다고 자평한다.

이 현상은 결과적으로 일본의 스시 요리사들의 해외로의 이탈로 인한 공급부족을 야기했다. 실제로 해외에서 스시 요리사는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를 받고 수천만엔의 고임금을 받고 해외에서 뽑히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일본 식당 경영자들은 가게문을 닫아야 하는 등 곤경에 처해 있지만 해외에서의 일본인 요리사의 공급은 여전히 태부족이다.

사실 이러한 결과를 자초한 것은 옛날부터 쭉 이어져 오고 있는 스시 장인들의 도제식 교육 방법에 기인한다. 스시를 배우러 식당에 들어가게 되면 기본적으로 밥짓기만 3년, 밥 주무르기만 8년 등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생선에 손을 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룰이다.

아마도 일본의 전통요리답게 엄격하고 강하게 훈련을 해야 한다는 정신세계도 있지만 장인들의 공급량을 조절해 기존 장인들이 독점을 오래하고자 하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일찍이 이러한 도제식에 염증을 느끼고 몇몇 장인들이 식당을 박차고 나와 스시 전문학원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2002년 최초로 스시 장인 양성학교인 '도쿄 스시 아카데미'가 설립됐다. 이 학교는 기존의 3년 이상 배우던 과정을 무려 2개월로 단축하는 인센티브 코스(총비용은 92만엔(약 920만원), 전문가 6개월 과정(총비용은 148만엔(약 1480만원)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약 4300명의 수료생을 배출해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 장인들을 송출했다. 코로나가 줄어든 작년 가을에는 역대 최고인 300명 이상이 수강을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후 도쿄를 중심으로 10여곳의 학원들이 생겨났다. 이들 학원생들 80% 이상이 해외 취업을 원하고 있다. 이는 스시의 인기 때문만이 아니라 길어지는 엔저와 저임금 현상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급기야 최근에는 스시 장인을 교육하는 온라인 전문학교까지 등장하게 돼 화제다. 오프라인 학원들은 직접 장인들과 대면하면서 배우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 입장에선 시간을 내기도 힘들고 수강생들이 몰리면 주방은 매우 혼잡하게 되는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이를 한방에 해결하기 위해 특수 영상장치인 AR시스템까지 장착된 온라인 수업과 주말에는 비어 있는 식당을 활용한 대면 강습까지 갖췄다. 장안에서 내로라하는 유명한 장인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말 오픈한 '일본 스시 리딩 아카데미'는 3개월 과정의 온라인 스시 장인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 연습용 생선을 집으로 배달하고, 고성능 카메라를 사용하여 영상의 안내에 따라 전문가급 스시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친다.

'스시 셰프 양성 코스'는 월~금요일에 온라인으로 배달되는 생선 체험을 보면서 배우고, 일요일에는 매장에서 셰프의 지도를 받는 실습 수업이다. 온라인 강의는 1시간, 실습 수업은 60~90분이다. 수업료는 배달되는 생선과 800쪽에 이르는 교재비를 포함해 88만엔(약 880만원)의 고가다. 하지만 매우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글로벌 유통의 진화와 함께 일식 식재료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유럽과 미국, 태국, 베트남 등지에 고급 스시 레스토랑 오픈이 속속 늘어나는 가운데 일본 현지에서 건너온 '온라인 학원 장인'들이 수억원의 연봉을 받으며 맹활약할 것이 자명하다. 막연한 '한식의 세계화'가 아니라 한식의 대표아이템 선발이 절실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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