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 검찰총장에게 편지 보낸 이유는?…"제 인생의 밝은 시작이 될 것 같아요"

이상협 2023. 4. 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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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3일) 대검찰청에 이원석 검찰총장 앞으로 한 편지 봉투가 도착했습니다.

보낸 이에는 제주 한길정보통신학교, 옛 제주소년원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날 제주에 도착한 이 총장은 제주 올레길 17코스 중 13㎞를 한길정보통신학교 학생 5명과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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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 소년범과 올레길 함께 걸어
학생들, 총장에게 감사 편지 보내
"평소 얘기 못한 걱정‧불안 상담해 치유됐어요"

지난 3일, 대검찰청 이원석 검찰총장 앞으로 도착한 한길정보통신학교(제주소년원) 학생들의 편지 / 출처=대검찰청

그제(3일) 대검찰청에 이원석 검찰총장 앞으로 한 편지 봉투가 도착했습니다.

보낸 이에는 제주 한길정보통신학교, 옛 제주소년원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편지 봉투 안에는 소년원 학생들의 편지 한 다발이 들어있었습니다.

이 총장은 지난달 24일 제주를 방문하여 제주지방검찰청과 제주올레 등이 주최한 제13회 ‘손 심엉 올레’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손 심엉 올레는 '손 잡고 함께'라는 뜻의 제주 방언으로 소년원 학생과 자원봉사자가 함께 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선도 프로그램입니다.
지난달 24일, 제주를 방문한 이원석 검찰총장과 멘토들이 한길정보통신학교 학생들과 올레길을 걷고 있다. / 출처=대검찰청

이날 제주에 도착한 이 총장은 제주 올레길 17코스 중 13㎞를 한길정보통신학교 학생 5명과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이 총장은 다음 날에도 학생들과 함께 올레길을 걸었는데 모든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한길정보통신학교 재학생들에게 피자를 선물했습니다.

이에 학생들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이 총장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부친 겁니다.
그제(3일) 이원석 검찰총장 앞으로 도착한 학생들의 편지 / 출처=대검찰청

편지 하나하나에는 멘토들과 함께 올레길을 걸으며 느낀 학생들의 소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A 군은 "멘토님이 먼저 말을 걸어주셔서 편하게 대화하며 고민 상담을 했습니다. 퇴원 후 계획을 말씀드리니 많은 부분 보완해주셔서 걱정거리를 내려놓고 친어머니와 함께 걷는 것 같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날 올레길을 걸으며 바다 보고 산 오르니 많은 힐링이 됐습니다. 다음 기회가 온다면 또 함께 걷고 싶습니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B 군은 "이번(손 심엉 올레)을 계기로 사회 나가 더 열심히 살 것 같습니다. 죄 지어 벌을 받기 위해 왔지만 많은 경험으로 소중한 걸 배워 제 인생의 밝은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편지에 적었습니다.

몇몇 편지에는 "총장님, 저희 한길 학교 학생들은 치킨을 사랑합니다. 다음에는 꼭 치킨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이 총장에게 장난기 가득한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편지를 다 읽은 이 총장은 "정성껏 쓴 손편지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고, 작은 희망의 싹을 보았습니다. 소년들의 다짐을 응원하고 기대합니다."라며 학생들의 밝은 미래를 기원했습니다.

"소년범이 아닌 학생 / 소설 같은 어려운 삶을 보낸 학생들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지난달 24일, '손 심엉 올레'에 동행한 이원석 검찰총장 / 출처=대검찰청

손 심엉 올레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소년범에 대한 이 총장의 관심과 애정이 있었습니다.

이 총장은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지난 2020년 수원고검에서 '보호관찰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위원장은 유관기관과 함께 가출소, 처우 변경, 임시 퇴원 조치 등 소년범 선도에 대한 업무를 관장합니다.

이 시기 이 총장은 이들을 '소년범'이 아닌 '학생'으로 부르기 시작하며 범죄자가 아닌 개개인의 인격체로 소년범들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당시 이 총장은 학생 개개인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며 당시 "소설 같은 어려운 삶을 보낸 학생들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장은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만일 좋은 환경에서 자라났다면 어땠을까'라는 물음이 마음 속에 자라나자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잘 돌봐주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소신을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상협 기자 lee.sanghyub@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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