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男 어린이 성조숙증 ‘83배’ 늘었다… 12년 사이 무슨 일이

초등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뉴시스

국내 아동의 성조숙증 유병률이 전 세계 유례없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남자 어린이의 경우 12년 새 무려 83배나 폭증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성장클리닉 연구팀(박미정·김신혜)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성조숙증으로 치료받은 8세 미만 여아와 10세 미만 남아 13만3283명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연구 기간인 12년간 성조숙증을 진단받은 여아는 12만6377명으로 남아의 6906명보다 18.3배 많았다. 그러나 연간 성조숙증 증가율은 남아가 10만명 당 1.2명에서 100명으로 무려 83.3배나 증가하며 여아(15.9배)를 훨씬 앞질렀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연구팀은 성조숙증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비만 유병률이 유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만 유병률이 여아보다 남아에서 높게 나타나 성조숙증 증가율 차이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성조숙증은 또래보다 이차 성징이 일찍 나타나는 질환이다. 보통 여아는 8세 미만에 가슴이 커지고, 남아는 9세 미만에 고환이 커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성조숙증을 보이는 아동은 정신 발달이 신체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성호르몬 영향으로 성장판이 일찍 닫혀 키 성장을 저해하기도 한다.

김신혜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사춘기 발달에는 비만뿐만 아니라 내분비장애물질·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 노출·심리적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전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증하는 한국의 성조숙증 원인과 암 발병 연관성 등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