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사상은 끝나지 않았다

한겨레 2023. 4. 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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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

지난달 28일 덴바타 다이스케 일본 레이와 신센구미 정당의 참의원이 일본 옛 우생보호법 문제의 조기·전면 해결을 요구하는 원내 집회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덴바타 다이스케 의원실 제공

[숨&결] 이길보라 | 영화감독·작가

“저희는 옛 우생보호법이 일본 사회에 가져다준 장애인 차별과 싸워왔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해왔던, 장애인을 향한 차별과의 싸움은 우생사상과의 싸움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지난달 28일 옛 우생보호법 문제의 조기·전면 해결을 요구하는 원내 집회에 참여한 덴바타 다이스케 참의원 의원의 말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옛 우생보호법을 따라 강제로 불임수술을 받거나 임신중절수술을 했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조사를 보면, 당사자 동의 없이 진행된 임신중절수술을 포함해 약 8만4천명이 피해를 보았다. 국회의원 37명을 포함해 온·오프라인으로 1천여명이 참여한 집회에서 원고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호소했고, 변호사를 비롯한 지지자들은 이 법과 싸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했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말했다.

그중 2019년에 창당돼 총 5개의 의석을 가진 ‘레이와 신센구미’ 소속 의원들의 말과 표정에 주목한다. 배우 출신 야마모토 다로가 이끄는 반체제 진보정당인 레이와 신센구미가 추구하는 강령 중 하나는 장애인 권리 확대다. 소속 의원을 보면 이 강령이 허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019년 참의원 선거 100일 전 창당을 선언한 레이와 신센구미는 당시 선거에서 비례대표 2석을 획득한다. 루게릭병으로 전신마비 중증장애인이 된 후나고 야스히코와 척수손상으로 뇌성마비가 된 중증장애인 기무라 에이코가 휠체어를 타고 국회에 입성한다. 2022년 참의원 선거에서는 3석을 확보해 사지마비, 발화장애, 섭식장애, 시각장애를 가진 덴바타 다이스케가 참의원으로 합류한다. 그는 10대 때 의료 실수로 장애를 갖게 되면서 당사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연구자로 일하다 정치인이 됐다. 덴바타 의원은 보조자와 몸을 맞대고 문장을 만드는 소통법을 통해 천천히 느리게, 동시에 확고하게 말했다.

“우리는 잘 일하는 것, 빠른 것, 강한 것이 올바르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에 대해 자신의 존재를 걸고 싸워야 합니다.”

그는 우수한 유전자를 보존하고 열등한 유전자를 제거해야 한다는 우생사상에 기초해 만들어진 우생보호법이 파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곧 비장애중심주의와 능력주의에 질문을 던지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건 레이와 신센구미 부대표인 기무라 에이코도 마찬가지다. 18살까지 대부분의 세월을 시설에서 보낸 그는 부모의 요청을 거부하고 자립생활운동에 합류한다. 거리에 나가 ‘오늘 저와 함께 생활해주지 않겠습니까?’라는 글이 적힌 펼침막을 걸고 직접 활동보조인을 구했다. 기무라 의원은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복잡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우생보호법은 사라졌어도 여전히 이 사회에는 차별이 존재합니다. 시설 입소 조건으로 불임수술을 받아 자궁을 빼앗긴 친구가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시설에서 살아왔기에 생리를 하는 것조차 민폐라고 느꼈습니다. 차라리 생리 같은 것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는 탈시설 당사자이자 강제 불임수술 피해자의 동료로서, 장애인이니까 주변에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안고 살았던 사람으로서 말한다. 우생사상에 기초한 우생보호법은 장애인을 말살하는 법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우생보호법이 사라졌으니 된 거 아니냐고, 그거 옆 나라 일본에 있었던 이상한 법 아니냐고, 한국에는 그런 법 없지 않냐고.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들은 말한다. 우생보호법은 사라졌지만 우생사상과 그로 인한 차별은 끝나지 않았다고, 빠르고 강한 것이 올바르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관점은 뿌리 깊게 남아 있다고. 비단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 2021년 12월6일부터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권리예산·입법을 위한 선전전이 계속되고 있다. 우생사상에 기초한 차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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