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줄고 안 팔리는데”…경쟁 치열해지는 주류시장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4. 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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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하이트진로 홍천공장에서 맥주 신제품 ‘켈리’가 출고되는 모습. 하이트진로 임직원들이 켈리의 첫 출고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하이트진로]
팬데믹 여파로 회식이 줄어드는 등 음주 문화가 변하면서 국내 주류 출고량이 7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시장 파이가 줄어드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새 광고 모델을 채용하는 등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위기다.

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전날 맥주 신제품 ‘켈리’를 전격 출고했다. 2019년 3월 테라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인데 하이트진로는 이를 통해 맥주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맥주시장 1위는 오비맥주의 ‘카스’다. 카스는 1994년 출시된 뒤 2012년부터 10년째 시장 1위를 지켜오고 있다. 테라만으로는 카스의 아성을 넘기가 힘들다고 판단, 켈리와의 ‘연합작전’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게 하이트진로의 목표다.

맥주시장 부동의 1위를 지켜오고 있는 오비맥주 역시 하이트진로 견제에 나섰다. 오비맥주는 자사 맥주 제품 ‘한맥’을 최근 리뉴얼한 데 이어 신규 광고를 5일 공개했다. 라거(Lager) 맥주 특유의 식감을 유지하면서도 미세 여과 과정을 통해 더 부드럽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를 상대로 소주시장의 반란을 꿈꾸고 있는 롯데칠성음료 역시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무가당 소주 ‘새로’를 출시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초 대세 배우 한소희를 ‘처음처럼’의 새 얼굴로 발탁했다.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한 건 동종업계를 견제하려는 것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에서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 매출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각각의 기업이 조금이라도 더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21년 기준 301만㎘로 집계됐다. 1년 전 출고량보다는 3.6%, 2014년 출고량(308만8000㎘)보다는 21.0% 감소한 수준이다.

오비맥주는 자사 맥주 제품 ‘한맥’을 최근 리뉴얼한 데 이어 신규 광고를 5일 공개했다. [사진 제공 = 오비맥주]
주종별로 살펴보면 희석식 소주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맥주는 2013년부터 8년 연속 감소했다. 희석식 소주의 경우 한 해 전보다 5.6% 줄어 82만6000㎘, 맥주는 1.8% 감소한 153만9000㎘를 기록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주와 맥주 모두 수요가 줄었다.

업계에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산 주류 수요가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팬데믹 여파로 회식이 감소하자 유흥채널에서 소주와 맥주 판매가 크게 줄었고, ‘홈술’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위스키와 와인 등 수입 주류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또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식당가 주류 가격이 병당 6000원 이상으로 치솟은 것도 업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리오프닝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매출을 확보하고자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주류공룡 기업들이 ‘출혈 경쟁’에 나서면 중소 주류기업들이 받는 타격이 더 클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에 밀리는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까지 충분히 쓰지 못하면 매출이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신제품 개발이나 대세 배우를 홍보모델로 채용하는 등이 모두 (비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대기업들이) 과감하게 투자하는 건 현재 수준 이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충성 고객을 충분하게 확보해 타사에 밀리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있어야 한다”며 “제품 경쟁력도 그렇지만, 가격경쟁력도 중요하다 보니 정작 출고가는 좀처럼 올리기 어렵다. 중소기업에 더 불리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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