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흑서’ 권경애, 재판 불출석으로 학폭 유족 원고 패소

이른바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던 권경애 변호사가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의 소송대리를 맡은 뒤 재판에 3회 출석하지 않아 유족이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서울고법 민사8-2부(당시 부장판사 김봉원 강성훈 권순민)는 숨진 A 양의 모친이 가해 학생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해 11월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앞서 학교폭력 피해자인 A 양은 2015년 극단적 선택을 했고, A 양의 모친은 이듬해 학교법인과 가해 학생들의 부모 등 3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A 양 측의 소송 대리는 1심부터 권 변호사가 맡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심리 7년 만인 지난해 2월, 가해 학생 부모가 A 양 측에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A 양 측이 소송을 취하한 4명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 33명에 대해서는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A 양 측은 1심 결과에 불복해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33명 중 19명에 대해 항소했고, 가해 학생 부모도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지난해 9월22일, 10월13일, 11월10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 모두 불출석했고, 그 결과A 양 측의 항소는 취하됐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68조는 재판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은 권 변호사의 3회 불출석을 소 취하로 판단했고, 가해 학생 부모 측 항소를 인용해 A 양 측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또 패소 사실조차 알지 못한 A 양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고, 이 판결은 2심에서 확정돼 유족은 아무런 배상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A 양의 모친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난 3월 권 변호사에게 재판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고 묻자 한참을 머뭇거리다 소송이 취하됐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공개 사과문을 게시하라고 했더니 ‘그렇게 되면 자기는 매장된다’며 ‘그것만은 봐달라’고 애원했다”며 “정치만 떠들면서 자신이 맡은 사건을 ‘불참’으로 말아먹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토로했습니다.

A 양의 모친은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이겼다고 떠들고 다닐 걸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다 못해 망연자실한다”며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딸을 두 번 죽였다”고 비판했습니다.

KBS는 권 변호사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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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