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와의 싸움` 항상 전면에… "단언컨대 국내에 공룡플랫폼은 없어요"[오늘의 DT인]

윤선영 2023. 4. 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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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전공하고 네이버·NHN·게임사 거치며 규제와 고군분투
해외 빅테크와 비교하면 소규모… 국내시장에 적용은 오류
플랫폼 이익늘면 소상공인에 돌아가… 규제변수에 기업 좌절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공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깨고 사회적·경제학적 측면에서 플랫폼이 지닌 긍정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최근 인터넷 기업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골목상권 침해, 플랫폼 공룡, 문어발 등 모두 인터넷 기업을 언급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수식어들이다. 올초 연임에 성공한 박성호(56)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플랫폼을 향한 이 같은 우리 사회의 부정적 선입견을 깨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국민대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한 박 회장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규제와의 싸움을 전면에서 벌여왔다. 박 회장은 네이버 대외협력실장으로 근무했고 NHN에서 정책실장과 법무감사실장, 컴투스·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 법무총괄 이사를 지낸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NHN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웹보드 게임 규제를 마주하며 고군분투했는데 현재는 플랫폼을 둘러싼 따가운 눈총을 해소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박 회장은 "디지털 전환이라고 하는 중요한 시기에 중심추 역할을 하는 인터넷기업협회의 협회장으로 재선임돼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규제 환경 개선과 플랫폼에 대한 선입견 없애기 등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을 둘러싼 부정적 시선은 규제 입법으로 돌아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법안만 해도 10건이 넘는다. 플랫폼을 비판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소상공인이다. 플랫폼이 문어발식 확장으로 각종 업종에 진출하고 소상공인들의 설자리를 빼앗는다는 맥락에서다. 그러나 박 회장은 플랫폼과 소상공인은 함께 가야 하고, 함께 성장하는 구조에 놓인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오프라인만으로 소상공인이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사회다. 플랫폼과 소상공인은 디지털 전환 시기에 필연적으로 합쳐질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을 바라볼 때 한쪽이 이익을 보면 나머지 한쪽은 손해라는 인식이 있는데 파이가 커지면 모두에게 이익이다. 플랫폼이 이익을 늘리면 소상공인에게도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규제는 경계해야 한다는 게 박 회장의 판단이다. 박 회장은 대한민국 플랫폼 중에는 공룡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안으로는 빅테크로 불리고 있지만 바깥의 해외 기업과 비교하면 규모가 현저히 작은 수준이다. 한 마디로 아직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견제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박 회장은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이는 자국 내 마땅한 플랫폼이 없어서 미국의 빅테크를 견제하려는 조치"라며 "이를 그대로 가져다가 국내 시장에 적용하는 것은 굉장한 오류다. 규제를 하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시기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한 인터넷 기업들은 최근 성장세가 둔화하는 위기를 맞았다. 박 회장은 여기에 규제 변수까지 더해지면 기업은 좌절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 외에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규제 변수까지 만들어지면 기업들은 갈 데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에는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아도 이미 각종 규제를 위한 법들이 존재한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국내 인터넷 기업이 지닌 경쟁력으로 세심함을 꼽았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들은 AI(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박 회장은 "이러한 세심함이 구글 등 빅테크로부터 한국 시장을 지킬 수 있는 요인이 됐다"며 "한류의 중심에 서 있는 K-드라마처럼 국내 플랫폼들에는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플랫폼이 사회를 점령하고 이익을 전부 가져간다는 부정적 인식 해소에 주력하려고 한다"며 "첫발을 뗀지 얼마 안 된 자율규제도 잘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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