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입법 2배 늘었지만···대부분 비슷해 '속빈 강정'

박경훈 기자 2023. 4. 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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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입법 증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1·4분기 의원 발의 법안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은 대표 발의자를 포함해 공동 발의자 10명만 채우면 법안을 국회에 낼 수 있다.

최근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내용으로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의 경우 정부가 제출한 법안 외에 의원 발의 법안만도 15개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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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발의 법안 1623개지만
K칩스법·양곡법 주요 이슈에
유사한 내용 법안들 우후죽순
"실적 쌓기용···검토 강화해야"
[서울경제]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국회의원 입법 증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1·4분기 의원 발의 법안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으로는 법안 통과 실적 쌓기를 목적으로 하는 유사한 내용의 ‘미투’ 법안 발의가 꼽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행태가 졸속·부실 입법으로 이어지므로 의원 발의 법안에 대한 검토·분석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4분기 의원 발의 법안은 1623개로 집계됐다. 국회사무처가 조사한 의원 발의 법안은 16대 국회 2246개, 19대 국회 1만 6537개, 20대 국회 2만 2688개 등으로 늘었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올 2월까지 벌써 1만 8905개에 달해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무렵에는 20대 국회의 발의 법안 수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발의 법안 수가 이처럼 급증하면 의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입법 건수 중 상당수는 허수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상당수 법안들이 앞서 발의된 법안들과 비슷한 내용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의원 법안 발의의 문턱이 낮다 보니 완성도가 담보되지 않은 법안들을 마구잡이로 생산할 수 있는 현행 입법 시스템도 문제로 꼽힌다. 의원은 대표 발의자를 포함해 공동 발의자 10명만 채우면 법안을 국회에 낼 수 있다. 이 같은 의원 입법은 정부 발의 법안과 달리 소관 부처의 규제영향평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비슷한 법안들이 난립하다 보니 실제로 국회를 통과해 정식 법률로 완성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실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발의된 720개 중 1년이 지난 올 3월 말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108개에 그쳤다. 1년간 가결률이 15%에 불과한 것이다. 그나마도 지난 1년간 처리된 법안 108개 중 75개는 대안 반영 폐기로 처리된 안건이다. 대안 반영 폐기는 법안들이 서로 유사하거나 중복될 경우 적용되는 조치다.

허수 법안 난립 현상은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주요 이슈일수록 뚜렷해진다. 최근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내용으로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의 경우 정부가 제출한 법안 외에 의원 발의 법안만도 15개에 달했다. 같은 달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역시 C 의원이 2021년 12월 발의한 법안을 시작으로 2022년 9월 발의된 D의원안에 이르기까지 같은 당 의원 7명이 대표 발의한 법안들이 함께 심사됐다. 한 의원 보좌관은 “사회적 주요 이슈이거나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의원의 인지도를 높이고 법안 통과 실적을 쌓기 위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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