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저는 늘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 세계로 날아오르는 K발레 될 것”

이태훈 기자 2023. 4. 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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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3년 임기 시작한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5일 서울 서초구 국립예술단체 공연연습장 대회의실에서 네번째 3년 임기를 시작하며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어깨가 무겁습니다. 무거운 만큼, 지금까지 9년 동안도 최선의 노력 기울였지만, 앞으로 3년도 국민과 호흡하며 세계로 날아오르는 한국의 발레,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국립발레단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국립 예술단체 수장 최초로 3년 임기의 단장직을 네 번째 맡게 된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5일 국립예술단체 공연연습장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저는 앞에만 있는 게 아니라 늘 뒤에서 미는 사람이었다. 그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단장은 이날 오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임명장을 받았다. 2014년 취임한 그는 이번 연임으로 2026년 초까지 3년 임기의 단장 직무를 맡게 돼, 도합 12년간 국립발레단을 이끌게 됐다. 그는 “함께 해준 단원들과 스태프 도움 없인 걸을 수 없었던 길이었다. 문체부와 후원회, 협찬사, 그외 관계자 분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국립발레단의 관객 분들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초중고 무용 교과 채택, 국립 무용센터 건립 등 문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목소리를 내려 합니다.”

주변에선 강 단장이 이번 임기를 마치고 독일로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연임이 2~3주 만에 급박하게 결정됐다는 말도 나온다. 그는 “저는 매 임기마다 그 다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임기 끝날 때 마다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했고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많이 지쳤던 때도 있었고요. 하지만 제게 단원과 스태프 모두는 정말 소중하고 국립발레단은 정말 특별한 곳입니다. 애정과 사랑이 많아서 다시 한 번 힘을 내기로 했습니다.”

강 단장은 “2014년 첫 취임 때 원석 같은 단원들을 갈고 닦아 보석 같은 단원들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은 테크닉과 에너지, 표현력까지 한층 상승했다”고 자부했다. ▲매년 꾸준히 이어진 해외 안무가 내한 지도 ▲국립발레단에 대한 해외 평가와 인지도 상승 ▲무용수들의 창작 안무 ‘KNB 프로젝트’를 통한 내부 안무가 육성 ▲’해적’(2022년 공연) ‘돈키호테’(공연 예정) 등 독자 레퍼토리 확보 ▲서울과 5대5 정도 비율로 늘어난 지방 공연 노력 ▲자리잡기 시작한 청소년 문화예술 교육 등을 성과로 꼽았다.

국립발레단이 재안무해 선보인 클래식 발레 '해적' 공연 모습. /국립발레단

국립발레단은 ‘해적’을 유럽·북미 7개국에서 선보이는 투어를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독일 비스바덴의 100년 전통의 축제인 5월 음악제 초청 공연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스위스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북미 등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강 단장은 “해외에선 세계인이 이해할 수 있는 클래식 발레를 공연해주길 원했고 저희에겐 다행히 ‘해적’이 있었다”고 했다. “100년 전통의 독일 비스바덴 메이 페스티벌이 영상으로 저희 작품의 수준을 확인하고, 대부분 비용을 페스티벌에서 부담하며 초청했습니다. 큰 의미가 있는 일이죠. 해외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저도 긴장되고 설레입니다.”

8월에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로 함부르크 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인 존 노이마이어가 내한해 국립발레단과의 협업을 논의한다. 노이마이어는 무용수와 발레단의 역량을 직접 보고 영감을 받아야만 배역을 맡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 단장은 “노이마이어의 내한은 제가 오랫동안 공들여왔던 일”이라며 “감히 세계 최고의 안무가라고 할 수 있는 노이마이어의 작품을 국내에서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강 단장은 차기 단장과 공연 프로그램이 수년 전에 미리 결정되는 해외 발레단들과 달리 국립발레단은 늘 인수인계할 시간도 없이 촉박하게 결정되는 데 대한 아쉬움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금도 매해 다음 연도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게 단원과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촉박해도 해내는 거였지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 높은 퀄리티의 더 다양한 작품이 많이 들어오고, 창작할 시간도 늘어 관객들께 더 좋은 공연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전 발레 ‘돈키호테’ 재안무한 솔리스트 송정빈

“둘시네아와의 꿈 같은 사랑의 춤 기대하세요”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이자 안무가인 송정빈. /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선 또 고전 발레 ‘돈키호테’를 재안무해 오는 12~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송정빈이 안무가로서 이번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바탕으로 1869년 전설적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초연한 ‘돈키호테’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클래식 발레의 걸작이다. 발레는 주인공 돈키호테보다 아름다운 여인 키트리와 재치 있는 이발사 청년 바질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송정빈 안무가는 “왜 제목이 ‘돈키호테’인데 정작 돈키호테는 무대에서 마임 정도만 하고 지나가는 걸까 하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며 “2막에 늙은 돈키호테가 꾸는 꿈을 그리는 부분을 새롭게 바꿔, 젊은 시절의 그가 꿈 속의 여인 둘시네아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으로 재탄생시켰다”고 했다.

“꿈에서는 뭐든지 가능하다고 하잖아요. 원작에서 늙은 몸으로 마임 정도밖에 하지 않는 돈키호테가 젊은 시절로 돌아가 둘시네아와 아름다운 파드되(2인무)를 추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집시촌 방문에서 유랑극단으로 설정을 바꾼 부분에선 돈키호테가 풍차로 돌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돈키호테를 소재로 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도 했다. “스페인 풍의 화려하고 정열적인 춤과 의상, 키트리의 ‘캐스터네츠 솔로’, 바질과 키트리의 결혼식에서 펼쳐지는 그랑 파드되(2인무) 등 많은 발레 팬들이 사랑하는 원작의 매력은 그대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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