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태원 참사 간병비 ‘찔끔 지원’…“참사 반복돼도 ‘땜질’ 여전”
정부가 중증 부상을 입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에게 간병비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실제 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병비 지급 기준이 따로 없어 산업재해 관련 규정을 참고한 결과인데, 반복되는 참사에도 정부가 ‘땜질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5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이태원 참사 부상자 간병비 지원 계획 및 현황’ 자료를 보면, 이태원 참사로 인한 중증 장기부상자 가족에게 필요한 간병비 액수는 하루 기준 17만원 가량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결정한 지원금 액수는 절반에 못 미치는 6만7140원 수준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 심정지로 뇌 손상을 입은 피해자 A씨 가족은 매월 500만원 이상 드는 간병비 때문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근거가 없다’며 시간을 끌던 정부는 지난 3월 뒤늦게 부상자 간병비를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내역을 살펴보니 ‘찔끔 지원’에 그친 것이다.
정부가 이태원 참사 중증 부상자에 대해 지원하는 간병비 액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산재보험법) 간병료 지급기준에 따른 것이다.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은 간병이 필요한 정도에 따라 1~3등급으로 구분해 지원액을 정한다. 4·16세월호 참사나 가습기살균제 참사 때도 이 기준을 준용해 간병비를 지급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태원 참사 간병비 지원 계획서에서 “정부 지원은 과거의 지원 사례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부가 산재보험법 기준을 따르는 것은 참고할 만한 규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대상에는 ‘간병’이 빠져 있다. 문제는 산재보험법상 간병료가 2014년부터 동결돼 현재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금액 상향 조정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김형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산재보험법 기준은 임금 수준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서 개선돼야 하는데,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피해자에게 이런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더욱 적절치 않다”면서 “간병비를 현실성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가 반복되는데도 정부가 피해자 지원 매뉴얼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인 ‘너나우리’의 이은영 대표는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병비를 지원해줘야 피해자가 참사 책임소재가 가려지는 상황도 지켜볼 수 있다”며 “대규로 참사가 반복적으로 일어났는데도 아직 매뉴얼이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간병비 지원 부족분에 대해서는 경기도가 재해구호기금을 활용해 채우기로 이미 논의를 마쳤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예산 부담과 향후 선례를 남기는 문제 등 고려해야 할 게 많기 때문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신현영 의원은 “이태원 참사 부상자 가족이 몇 개월 고통을 느낀 후 늑장 지원하면서 턱없이 부족한 지원을 내놓는 건 아쉽다”면서 “정부가 피해자 중심으로 재난대응체계를 마련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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