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번 모두 '양호' 등급 정자교…"부실점검 가능성"
2021년에는 정밀점검…이듬해 관련 보수 마쳐
그럼에도 무너진 다리…"안전점검 부실 가능성"
경찰, 안전진단·중대재해법 여부 조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는 지난해 실시한 2차례 안전점검에서 모두 양호 판정을 받았지만, 붕괴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점검 과정에서 붕괴 징조를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안전진단 결과를 살피는 한편, 중대재해법 적용 가능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2회 정기점검 모두 '양호'
5일 경기 성남시 등에 따르면 성남시는 30년 전인 1993년 6월 20일 총길이 110m, 폭 26m 규모로 정자교를 준공했다. 이후 시는 관련법에 따라 매년 상하반기 1회씩 관내 교량을 정기점검 하고, 2년에 한 번씩 정밀점검을 실시해왔다.
가장 최근 이뤄진 지난해 하반기(8월 29일~11월 26일) 정기 안전점검에서 정자교는 '양호' 판정을 받았다. 같은해 상반기 정기점검 결과도 양호 등급이었다. '양호' 판정은 안전등급 4단계(A~D) 중 B등급에 해당된다. 정자교는 2021년에는 C등급을 받았는데, 1년 만에 한 단계 높은 안전평가를 받은 셈이다.
이보다 앞서 2021년 5월에는 정밀점검을 실시했고, 교량 노면 등 일부 보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성남시는 이듬해 관련 보수를 마쳤다.
전문가 "안전점검 했지만…부실했을 가능성"
경기대학교 윤희진 건축학과 교수는 "100년이 된 다리라고 하더라도 관리만 잘 되면 문제가 없기 때문에 30년 된 교량은 오래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무래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견을 냈다.
윤 교수는 "모든 파괴에는 징조가 있고, 갑자기 무너지는 경우는 없다"며 "정기점검이 이뤄졌더라도 모든 다리를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예산이나 인력이 적절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량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균열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석대학교 공하성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고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도로와 보행로 사이가 끊겼는데, 이 슬라브(연결되는 부분)에서는 필연적으로 균열이 발생한다"며 "이런 부분을 발견하고 보강하지 못했다면 부실점검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민도 지난해 12월 자신의 SNS에 정자교의 안전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시민은 "정자교에 매달려있는 상수도관은 U형 밴드와 밀착돼 있지 않고 공중에 떠있는 곳이 더러 있다"며 "물이 가득 찬 관로 무게를 고르게 분산하지 못하고 한 두군데 집중적으로 하중을 받는다면, U형 밴드가 결국 이탈되고 관로가 터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경찰, 안전진단·중대재해법 여부 조사
경찰 수사도 성남시와 분당구청의 관리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전담팀을 편성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분당구청이 실시한 안전점검 기록과 내용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아울러 사고 현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제9조는 교량같은 공중이용시설에서 시민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시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정자교가 중대재해법이 명시하고 있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되는지, 이번 사고가 '중대시민재해'로 볼 수 있는지 등 법 적용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 오전 정자교에 설치된 인도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송구하다"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성남시 전체 211개 교량에 대한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정교 통제와 같은 경우는 교량 안전이 확인된 이후에 해제할 예정"이라며 "사망자에 대한 예우와 중상자에 대한 치료 지원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45분쯤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중 정자역 반대 방향 보행로 50m가량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당시 정자교를 건너고 있던 A(40대)씨와 B(20대)씨가 5m 아래 탄천 보행로로 추락했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A씨는 숨지고, B씨는 중상을 입고 치료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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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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