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관·언론들 “한국 수출 원전은 미국 기술에 기반”...한수원 “독자 개발 모델, 미국이 억지부린다”

최정석 기자 2023. 4. 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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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건 조치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이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수원은 "미 에너지부는 '미국 수출통제 규정에 따른 절차는 미국 기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한수원에 제시한 것으로 미국 정부가 한수원에 웨스팅하우스와 협력을 강요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수출통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해도 미국 수출통제 규정상 체코는 일반허가대상국으로 사후 보고만 필요해 한수원의 원전 수출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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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APR1400, 미국 시스템80 원자로 설계 활용”
전문가 “美 수출 시장에서 밀리자 외교력 동원”
다만 “한수원이 진작에 대처 마련했어야” 지적도
(오른쪽부터)바라카 원전 1, 2, 3호기 전경.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건 조치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이 억지를 부린다”고 지적했다. 체코 원전 수주 경쟁에서 한국에 밀리자 외교력을 동원해 상황을 뒤집으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한수원이 수출하려는 원전 APR1400이 미국 기술에 기반을 뒀다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한수원이 사전에 논란이 될 상황을 이미 알고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23일 미 에너지부(DOE)에 한수원의 체코 원전 사업 입찰에 관한 정보를 제출했다. 체코와 같이 미국이 원전 수출을 허가한 국가에 원전을 수출하려는 기업은 관련 활동을 개시하고 30일 안에 미 에너지부에 신고해야 한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 1월 19일 “에너지부 신고는 미국법인(US persons)이 제출해야 한다”며 한수원 신고를 반려했다. APR1400 수출을 에너지부에 신고할 주체는 미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에 있다는 게 이유였다.

APR1400은 미국 기업인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의 시스템80, 시스템80+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를 비롯해 세계원자력뉴스(WNN) 같은 해외 전문 매체에 나타난 문서에서도 APR1400이 시스템80이라고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는 APR1400은 자국 기술에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수출에 재동을 걸 명분이 있는 셈이다. APR1400의 모태가 된 기술을 가진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은 웨스팅하우스에 인수됐다. 현재 한수원은 이 문제로 웨스팅하우스와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웨스팅하우스는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한수원의 APR1400 원자로 설계에는 미국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며 “체코나 폴란드를 비롯한 다른 국가로 이전되기 전에 미국 회사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수원은 “미 에너지부는 ‘미국 수출통제 규정에 따른 절차는 미국 기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한수원에 제시한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한수원에 웨스팅하우스와 협력을 강요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수출통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해도 미국 수출통제 규정상 체코는 일반허가대상국으로 사후 보고만 필요해 한수원의 원전 수출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의 손을 들어주는 입장을 밝힌 것 자체가 웨스팅하우스와 소송을 진행 중인 한수원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에너지부에 보낸 서한을 법원에 제출하고 에너지부 입장이 웨스팅하우스와 일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원전 수출 시장에서 한국에 밀리자 외교력을 동원해 이를 막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겉으로 보면 기술의 지식재산권을 두고 싸우는 것 같지만 그 실체는 양 국가가 외교력을 갖고 맞붙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종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도 “원전을 해외로 수출하는 데 있어 현재 한국은 미국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며 “이런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이 수를 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충분히 예견 가능했기 때문에 한수원이 대비를 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원재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은 “APR1400이 미국 회사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이를 근거로 미국이 기술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측은 원전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 수출을 추진하는 원전은 이후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로 미국 수출통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수원 측은 “APR1400은 기술 자립한 것이 분명하다”며 “미국 원전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은 억지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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