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경로 예상대로"… 금리동결에 속속 힘 싣는 지표들 [힘실리는 4월 기준금리 동결]
환율 하락세로 외환보유액 안정
한은 "유가 등 물가 변수 상당"
'금리인상 끝물'은 지나친 해석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 3.50% 동결' 전망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예상치에 부합하는 4.2%로 둔화한 데다 외환보유액도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면서다. 22년여 만에 한미 금리차가 1.50%p로 벌어졌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외환보유액이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장에서는 '금리동결'을 예측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리동결론의 가장 큰 요인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한국은행의 예상치에 부합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전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2월 전망과 같이 예상한 대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폭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월 5.2%, 2월 4.8%와 비교해서는 상당폭 낮아진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앞서 3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5% 이하로 낮아지고, 연말에는 3%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강조해온 점을 미뤄 볼 때 금리동결이 설득력이 있다는 해석이다.
1.50%p의 한미 금리차에도 환율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 또한 금리동결에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10.5원으로 거래를 마감, 전날 종가 대비 5.3원 하락했다.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등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탓이다. 미국의 2월 구인건수는 약 990만건으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월 공장 수주 또한 전월 대비 0.7% 하락,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1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4로 2020년 5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통상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으면 외국인의 투자자금 등 외화자본 유출이 우려되지만,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전월 대비 7억8000만달러 증가한 4260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달 만의 증가 전환이다. 한국은행은 "미국 달러화 약세에 따라 유로화 등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증가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3월 중 약 2.4% 하락한 영향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중국·일본·스위스·러시아·인도·대만·사우디아라비아·홍콩에 이어 세계 9위를 유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경기침체 우려로 통화긴축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과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면 '금리인상 끝물'이라는 해석은 부담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전날 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지겠지만 둔화 속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비해 더딜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상승 변수도 만만치 않다.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 및 시기 등 대내외 변수들이 많다는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 또한 금리동결을 전망하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한국은행은 몇 달 치 경제지표를 추계해보면서 그림을 잡아가는데, 지난 2월 금통위 내용을 보면 동결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미국도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물이라는 게 명시적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오히려 이번에 한국은행 금통위 결정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가 지난 2월 회의 때 향후 3개월간 최종금리 수준을 3.75%까지 열어뒀지만, 현행 3.50%에서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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