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하수기반 코로나19 감시 시작…"감염병 등급 하향 대비"
질병청, 시범사업으로 실측결과-실제 환자 발생경향 일치 확인
XBB.1.5 점유율 16%대로 올라…"대규모 유행 가능성 매우 낮아"
방역당국이 코로나19에 걸린 모든 확진자 대상의 '전수감시'를 하수(下水) 기반 바이러스 모니터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상반기 내로 이뤄질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하향을 앞두고 보다 일상적인 관리체계로 넘어갈 채비를 갖추겠다는 의미다.
질병관리청은 이달부터 전국적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사업(KOWAS·KOrea WAstewater Surveillance)을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앞서 정부가 국정과제로 발표한 '감염병 대응체계 고도화'의 일환으로, 생활하수에 섞인 바이러스량을 토대로 지역사회 환자 발생을 추정하는 분석기법이다.
하수처리장에서 채취한 물을 '표본'으로 삼아 불순물 여과→이 중 일부 농축→핵산 추출의 과정을 거쳐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방식이다. 살아있는 바이러스뿐 아니라 증식성을 잃은 '죽은 바이러스'까지 모두 잡아낸다는 점에서 민감도가 상당히 높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그간 확진 판정을 받는 족족 모든 환자를 신고하고 임상 기반 감시를 이어왔던 기존 방식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지난달 말 향후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을 발표한 당국은 이르면 내달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내리고, 2단계 조정 시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인플루엔자(계절독감)와 같은 4급으로 하향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때부터 코로나19는 독감처럼 표본감시로 전환되며, 확진자 수 집계도 중단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러한 하수기반 감시는 환자 및 의료인의 검사, 신고에 의존하지 않아서 편의성이 높다"며 "수회 검사로도 지역사회를 평가할 수 있어서 경제적일 뿐 아니라 코로나19 외 다양한 병원체도 함께 감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일상적 관리체계 2단계 진입 시 전수감시는 일부 의료기관만 환자를 보고하는 표본감시로 조정되며 하수감시는 표본감시를 보완할 새로운 과학적 분석기법으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하수기반 감시는 해외에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인정된 감염병 감시 기술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올 1월 코로나19 관련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유지 결정 시 하수감시를 권고했다.
질병청은 관련 시범사업을 통해 전국 시·도 보건환경연구원과 활용 가능성 및 신뢰성을 평가해 왔다. 또 실측자료로 하수 감시결과와 지역사회 환자 발생 경향이 일치성을 보인다는 점도 확인했다.
당국은 전국 지자체에서 선정한 64곳의 하수처리장을 중심으로 주 1회 이상 △코로나19 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독감 바이러스 등 감염성 병원체를 감시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하수에 바이러스가 몇 마리 들어있다고 가정하면 환자가 증가하기 직전 시기에 하수에서 바이러스의 검출량이 증가한다"며 "환자가 감소할 때는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양도 같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의 농도 자체가 환자의 증감과 상당한 상관성을 보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유행의 증감 동향을 판단할 수 있다. 좀 더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환자가 어느 정도로 추정된다는 것까지도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질병청은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올해 국고보조사업인 '새로운 역학감시체계 구축(하수감시)' 운영을 통해 전국 보건환경연구원에서 해당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뿐 아니라 부처·학계 등과 범정부적 협력체계도 구축해 감시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개시 후엔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 주간정보' 등의 형태로 질병청 홈페이지에서 조사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이달 1일 오미크론 계열의 재조합 변이인 XBB.1.5의 점유율은 16.3%로 직전 주(11.6%)보다 4.7%p 올랐다. XBB.1.5 변이는 작년 겨울부터 올 초 미국에서 유행했는데, 전파력과 면역회피력이 선행 변이보다 우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작년 12월 8일 최초로 검출된 이후 지난달부터 검출률이 10%대로 증가했다. 해외유입 환자 사이 점유율은 39.5%에 달한다.
다만, 당국은 국민 대다수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이력이 있는 만큼 'XBB' 계열이라 해서 특별히 유의할 점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단장은 "BA.5 변이에 비해 현재 우세종인 BN.1이 좀 더 면역 회피능력이 높고, XBB 변이는 BN.1에 비해 좀 더 높기 때문에 환자 발생이 다소 증가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이는 어느 정도 예측 범위에 있는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이런 XBB 변이에 의해 (코로나19가) 대규모 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우리보다 먼저 XBB 변이가 우세화된 미국의 경우에도 그렇게 높은 환자 증가 경향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질병청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BN.1과 XBB 변이의 바이러스 생산량은 BA.5 대비 5분의 1 이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병 후 8일까지의 배양 양성률도 낮아 바이러스 자체의 감염력은 오히려 BA.5보다 더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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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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