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공범 ‘유씨’ 체포…코인참사, 베일 걷히나
‘이경우·연지호·황대한’ 3인조 신상공개
유씨·이경우, 피해자와 퓨리에버코인으로 얽혀
윗선 의혹 등 공범 수사에 탄력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5일 추가 공범인 피의자 40대 유모씨를 체포했다. ‘배후 세력’으로 꼽히던 인물이 체포되면서 사건의 베일이 걷히는 형국이다. 이번 사건은 초기엔 단순히 피해자의 가상자산을 노린 잔혹한 범행으로 보였으나, 이면엔 가상자산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이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깔려 있단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앞서 검거한 피의자 3인조의 신상을 공개하고, 이들에게 ‘살인’을 지시한 유씨를 체포하며 남은 공범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사건을 이해하려면 먼저 퓨리에버 코인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들의 악연이 시작된 2021년 2월부터 되짚어야 한다. 당시 퓨리에버 코인의 홍보를 담당했던 피해자는 이번 범행 주범으로 꼽히는 이경우(36·법률사무소 직원)와 해당 코인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 이들은 강남 납치·살해 사건 ‘윗선’으로 지목된 40대 유씨 부부가 시세를 조종해 코인 가격이 폭락했다고 의심했고, 다른 투자자 16명과 합심해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던 유씨 부부를 찾아가 약 1억9000만원의 코인을 갈취했다. 이경우는 최근 공동공갈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고, 피해자는 불송치됐다.
이들이 큰 손실을 본 퓨리에버 코인은 미세먼지 측정과 공기청정기를 판매하는 업체가 발행한 가상자산이다. 2020년 11월 13일 국내거래소 코인원에 상장한 뒤 1200원대까지 떨어진 퓨리에버 코인은 지난해 12월 1만354원까지 크게 올랐다 폭락했다. 5일 오후 5시 기준 해당 코인의 거래가격은 5.405원에 불과하다. 코인투자에 크게 실패해 빚에 시달리던 이경우는 피해자에게 금전적 도움을 요청해 지원금 2000만원을 지급받고 피해자의 회사에 잠시 근무하며 도움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경우는 2021년 4월과 같은 해 7월쯤 피해자에게 각각 1000만원씩을 지급 받았다.
금전적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 이경우는 유씨 부부에게 ‘살인 청부’ 제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경우가 유씨 부부에게 4000만원을 건네받은 정황을 포착하며 폭넓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피의자 중 한 명인 황대한(36·주류회사 직원)은 “이경우가 공범 유씨에게 4000만원을 받았단 말을 들었다”고 진술, 경찰은 공범과 금품이 오고간 계좌거래 내역 등을 확인하고 있다. 해당 착수금은 그대로 범행 실행범에게 ‘톱다운’ 방식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황대한은 이경우에게 착수금 500만원을 포함해 총 700만원을 받았으며, 공범 20대 A(무직)씨는 황대한에게 차량 렌트 명목으로 약 196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열쇠가 될 공범인 유씨가 이날 체포되면서 경찰의 ‘윗선 배후’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오후 3시 6분쯤 유씨를 용인시 죽전의 백화점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유씨는 이경우에게 살인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유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3인조의 신상도 공개됐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의 나이와 이름, 사진을 공개키로 결정했다. 서울청은 “피의자들이 수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해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납치 후 살해하는 등 범죄의 중대성 및 잔인성이 인정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의자 중 일부가 범행을 일체 자백했고, 3명 모두에 대해 구속영장 발부되는 등 충분한 증거가 존재한다”며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범행 3인조 중 유일하게 피해자와 일면식이 있는 이경우는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진술할 뿐, 여전히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단순히 가상자산 갈취가 아닌, 살인청부 가능성 등 사건의 내막을 밝히기 위해선 유씨 부부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 게 수사의 요점이다. 경찰은 유씨 부부의 자택과 서울 강남구 소재 성형외과, 이경우의 경기도 광주 자택, 부모 집 등을 압수수색하며 압수품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범과 금품이 오고 간 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계좌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며 “공범 여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민정 (jj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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