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다시 보호소 안 가게 할게"…7년째 지킨 약속
[편집자주] 이제는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 된, 유기견들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 드립니다. 읽다 보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가면 좋아지고, 그렇게 버려진 아이들에게 반드시 좋은 가족이 생기길 바라며.
푹 찔듯이 무더웠기에 '생존 미용'을 해야했다. 말 그대로 살기 위해 털을 깎는 것. 특히나 깎아야 할 아이들이 있었다. 이 계절이 다 지나도록 입양되기 힘들 것 같은 녀석들. 입양도 임시보호 문의도 별로 없어, 아마 서너 달쯤 이어질 더위를 보호소에서 견뎌야 할 유기견들.
보굠이도 털을 깎아야 했다. 파주 시골 어딘가에 버려졌다가 보호소로 온 유기견이었다. 입양이 상대적으로 더 힘든 중대형견에, 추정 나이는 당시 6살에, 별명은 '선비'였던 하얗고 털큰(털 많고 큰) 개. 그러니 여름나기를 위해 생존 미용이 필수였다.
유기견 보호소의 삶. 24시간 중 개들의 자유시간은 고작 10분이었단다. 견사 문을 열면, 개들은 통로에 나와 우다다다 뛰고 배변을 보았다. 그 사이 봉사자들이 견사를 청소하고 물을 갈고 밥그릇을 치우는 거였다.
보굠이는 그런데 달랐다고 한다. 희영씨 기억이 이랬다.
"다른 애들은 놀아달라, 예뻐해달라, 간식달라, 뭔가 요청하는데요. 이 아이는 물끄러미 저를 바라보기만 하더라고요."
한껏 뛰놀 그 귀한 시간을, 바라보는 데에 기꺼이 다 쓴 아이. 간식이 없어도 자유시간 10분이 끝나면 견사로 돌아가던 착한 아이. 보굠이와의 시간이 쌓일수록, 희영씨는 묵직한 끌림이 생겼단다. 보호소에 들어온지 그 무렵 이미 2년이나 됐다던, 보굠이가 집에 와서도 자꾸만 생각났다고.
수만 번을 고민한 끝에 '임시보호 신청서'를 썼다. 그 종이에 보굠이 이름을 쓱쓱 적었다. 무더운 여름이나마 집에 데려가 쉬게 해주고 싶었다. 2017년 8월 5일, 보굠이를 마침내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두 가지 약속을 했다. 스스로 하는 다짐이기도 했다.
"첫째, 다시는 보호소에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약속할게. 둘째, 최소 하루 두 번은 산책할게."
한 달 뒤 희영씨 어머니가 뇌종양 수술을 했다. 병원 면회를 갔다. 희영씨는 어머니께 보굠이 사진을 보여줬다. 이 아이를 임시보호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어머니 말씀이 이어졌다.
"그게 인연인 거야. 보굠이를 입양하면 어떻겠니."
"사람들은 제가 이 아이 인생을 바꾸었다고 해요. 하지만 보굠이로 인해 제가 더 행복해진 게 맞지요."
보호소 봉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만나고 헤어졌다고. 그러면서 같은 '사람'으로서 너무 미안했다고. SNS를 열심히 하는 이유도 하나다. 어리지 않아도, 작지 않아도, 품종견이 아녀도, 얼마든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있단 걸 알리고 싶어서. 그리고 '유기견은 문제 있다'는 편견도 깨고 싶어서라고.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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