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급해도...애들 많은 초등학교 건널목서 돌진한 차량 [영상]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3. 4. 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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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유튜브 한문철TV 갈무리]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등굣길 교통정리를 돕는 녹색어머니회의 통제를 무시하고 돌진한 운전자의 모습이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번호판 인식이 불가능해 신고 접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5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최근 ‘보행자 보호, 꼭 누가 다치고 죽어야만 바뀌려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 됐다.

영상을 재생하면 사건은 지난달 29일 오전 8시 20분께 경상북도 영주시 가흥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발생했다. 당시 녹색어머니들이 깃발을 들고 건널목에서 차량을 통제하며 초등학생들의 등교를 돕고 있었다. 이 건널목은 신호등이 없어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커 녹색어머니회가 아이들이 길을 건널 타이밍을 잡아 주는 곳이다.

사건 당시에도 녹색어머니들이 깃발을 펼쳐 길을 터 줬다. 이에 아이들도 달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곧 깜짝 놀라 멈춰 섰다. 하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멈추려는 기색도 없이 중앙선을 넘어 횡단보도를 가로질렀던 것이다.

제보자 A씨는 “아이를 데려다 주던 길에 SUV가 중앙선을 침범해 녹색어머니들과 차량 통제하는 어르신들을 향해 돌진했다”며 “건널목 앞 일시 정지도 무시했고 아이가 상당히 놀랐다”고 회상했다.

건널목을 통과한 SUV는 갓길에 정차했다. 목격자들은 SUV에서 아이 2명이 내려 학교로 들어갔다고 제보했다. 즉, SUV 운전자는 학부모였던 셈이다. 다행히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아찔한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영상 출처 = 유튜브 한문철TV 갈무리]
A씨는 영주시청을 통해 CCTV 녹화본을 확보해 영주경찰서를 찾아갔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가 난 상황이 아니라 형사 접수가 불가능하고, 번호판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어 범칙금 및 벌점 부과도 어렵다고 답변했다.

A씨는 “학교 앞에서 이렇게 운전한 사람을 처벌할 수도 없고, 범칙금도 없는 나라”라며 “꼭 누가 다치고 죽어야만 뭔가가 바뀌는 이상한 나라”라고 비판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벌점과 범칙금도 모두 2배”라며 “모자이크 때문에 번호가 안 보여서 부과를 못 한다니 경찰이 시청에 가서 (영상 원본을) 달라고 요청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신호등 없는 건널목이거나 지나려는 사람이 없어도 무조건 일시 정지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에 벌점 10점을 받는다. 보행자가 있는데도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지나가면 범칙금은 12만원으로 늘어난다.

누리꾼들은 “정신 나간 거 아니냐”,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본인 애만 소중하고 남의 애는 상관없나?” 등 문제가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논란의 SUV 운전자는 스스로 경찰서 민원실을 찾았다. 자신의 행동이 유튜브에서 공론화되자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영주경찰서 관계자는 “운전자가 경찰서에 자진출석했다”며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통행 보행자 보호 위반 혐의를 적용, 원칙대로 범칙금 12만원과 벌점 20점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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