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전갈등 '시즌 2' 점화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3. 4. 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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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300여곳 이전 앞두고 지역균형 대신 지역충돌
지자체·정치권 유치 사활, 총선 쟁점 변질될 우려
노조는 "기존 혁신도시로 가야"…정부 조율 난항

◆ 공공기관 이전 갈등 ◆

정부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300곳 이상을 지방으로 옮기는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6월 말까지 수립할 예정인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입도선매 경쟁에 뛰어들며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지자체장뿐 아니라 공공기관 노조,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나서며 계획 수립 과정에서 난항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공기관의 대규모 지방 이전은 결정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따르면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어느 기관'을 옮길 것인가보다 '어느 지역'으로 옮길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종합 전략보다는 지역 이기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최근 국토부는 1차로 지방 이전을 마친 공공기관 노조들과 2차 이전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2차 이전 공기업들도 기존 혁신도시로 옮겨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1차 공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혁신도시가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내려면 추가로 공공기관이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1차 혁신도시에서 제외된 지역들은 다른 지역은 계속 소외돼 '균형발전'이라는 당초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 10명은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를 혁신도시 이외 지역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혁신도시특별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그러자 이번엔 전국혁신도시협의회 소속 지자체 11곳이 공동성명서를 통해 "공공기관 2차 이전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기존 혁신도시로 추진돼야 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 입장에선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점은 큰 부담이다. 주요 시도별로 수십 개씩 공공기관 유치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경상남도, 충청북도, 광주광역시, 제주도 등이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도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 제주도 등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공기관 유치 공약이 쏟아질 경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전이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총선 출마가 유력한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들이 선거 공약처럼 쏟아내기 시작하면 정부가 계획대로 이전을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지역과 이전 공공기관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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