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기습사면 100인 명단 공개됐다, '승부조작·폭력·뇌물 등' 수두룩

김우종 기자 2023. 4. 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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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우종 스타뉴스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사면을 시도하려다가 철회했던 축구인 100인 명단의 징계 사유 등 세부 내용이 공개됐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각종 비위 행위가 수두룩했다.

하태경(부산 해운대구갑)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5일 최근 논란을 일으켰던 축구인 사면 대상자 100인 명단을 입수해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당초 사면 대상자의 인적 사항 및 징계 사유 등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함구한 바 있다. 당시 협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정위원회 결과를 공표할 때 징계 대상자 명단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면 대상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곧 징계 혐의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및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태경 의원실은 "지난달 28일 대한축구협회가 비위 축구인 100명을 기습 사면해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사면 대상자 명단을 전격 입수했다. 여기에는 승부 조작 관련자 48명 외에도 금전 비리, 폭력 행위 등 제명·무기한 자격정지를 받은 인원까지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사면 대상자 목록에 따르면, 승부조작 관련자 48명 외에도 금전 비리 8명, 선수·심판에 대한 폭력 5명, 실기테스트 부정행위 4명 등 알려지지 않은 52명의 사면 대상자 명단이 추가로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제명'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받은 뒤 이번에 사면 대상자에 이름을 올린 이가 총 65명이다.

이들 중 43명은 2011년 승부조작 사건, 5명은 2012년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제명 징계를 받았다. 나머지 17명 중 2009·2010·2012년 금전 비리 행위 등으로 8명, 2009·2013년 선수·심판에 대한 폭력으로 5명, 2015년 실기테스트 부정행위로 4명이 각각 제명됐으나, 이번에 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 중징계인 무기한 자격정지를 받았던 14명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각각 2007년부터 2017년까지 금전 비리 행위 등으로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달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제2차 이사회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 밖에 선수·심판에 대한 폭력 1명(자격정지 7년), 기타규정 및 지시사항 위반 1명(자격정지 3년), 심판에 대한 폭력·폭언 3명(자격정지 5년), 금전 비리 행위 등 2명(자격정지 5년, 3년), 폭언·시설 및 기물 파괴 1명(출전정지 1년 6개월), 부정 선수의 대회 참가 1명(출전정지 3년), 무자격 지도자의 지도 행위 및 대회 또는 경기 출전 포기 1명(자격정지 3년), 고의적 경기 지연 및 폭력 1명(자격정지 3년) 등의 징계를 받았던 이들이 명단에 포함됐다.

또 대회 또는 경기 출전 포기 1명(출전 정지 3년), 선수에 대한 폭력 2명(자격정지 1년), 부정 선수 출전 및 AD 카드 도용 2명(자격정지 1년), 경기장 난입 및 과도한 판정 항의(자격정지 1년), 기타 규정 및 지시사항 위반 1명(자격정지 1년), 등록증 위변조 및 무단 대여 등 1명(출전정지 8개월), 기타 규정 및 지시사항 위반 1명(자격정지 6개월), 폭언·모욕·위협행위 1명(출전정지 6개월)도 사면 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하태경 의원실이 공개한 사면 대상자 목록 현황. /표=하태경 의원실 제공
하 의원은 "특히 금전 비리로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8명은 그 당시 축협 내·외부에서 일어난 초대형 비리 사건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면서 "2017년에 협회 전·현직 임직원 12명이 부정한 법인카드 사용으로 형사 고발됐는데, 이들 중 4명이 사면 대상자에 오른 것으로 의심된다. 2010년에 제명된 사면 대상자 10명도 당시에 큰 논란이 됐던 뇌물 심판 비리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계속해서 "지난해에 처분받아 징계 기간이 1년도 안 되는 9명과 1개 팀에 대해서도 사면이 적용됐다.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 등 징계의 목적과 효과를 채 확인할 시간도 없이, 축협이 무차별적인 사면을 단행한 것"이라면서 "이번 기습 사면 사태를 통해 협회가 얼마나 폐쇄적인 환경에서 방만한 운영을 해왔는지 명백하게 드러났다. 앞으로 협회는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편 협회는 지난달 28일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앞두고 이사회를 개최한 뒤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와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했다. 협회는 'FIFA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 및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빛나는 성과를 축하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새 출발을 하는 시점에서 축구계 대통합을 위한 조치를 고민해 왔다고 전했다.

29일 협회는 "오랜 고민 끝에 이들이 이미 국가의 처벌을 받았으며, 긴 시간 동안 징계를 받으며 많은 반성을 했다고 판단했다. 처음 징계 감경 건의가 올라왔던 시점에서 10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 달리 이들이 프로축구 현장에서 선수 및 지도자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다만, 이들에게 한국축구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다시 한번 주기로 한 결정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란다"며 사면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사면 결정 발표 후 축구계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협회는 지난달 31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한 뒤 사면을 전면 철회했다. 이후 이영표·이동국 두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조원희 사회공헌위원장이 책임을 통감하며 개인 SNS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4일에는 협회 부회장단과 이사진 전원도 일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협회는 "이사회 구성원들의 일괄 사퇴가 결정됐지만, 행정 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마친 뒤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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