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황제 경고 "은행위기 여파 몇년 더 간다"
현 상황 2008년과 다르지만
美정부 유동성 주입 끝날때
경기침체 압력 거세게 올것
"연준, 장기금리 통제 실패"
성범죄 엡스타인과 거래 의혹
퇴진압박속 마지막 훈수될듯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은행 위기의 후폭풍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4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다이먼 회장은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을 통해 "2008년과는 같지 않겠지만 현재 위기가 언제 끝날지 분명하지 않다"면서 "설령 위기가 지나갔더라도 앞으로 몇 년간 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대형 은행과 주택담보증권(모기지) 대출 기관을 중심으로 벌어졌다면, 최근 위기는 보다 복합적이라는 진단이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퍼스트리퍼블릭은행까지 유동성 위기에 휩싸이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함께 위기의 불길을 진화했던 인물이다.
다이먼 회장은 최근 경제가 겉으론 견고해 보이나 위기 요인이 곳곳에 깔려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당좌예금 계좌에 여전히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초과 현금이 있고 실업률은 극도로 낮으며 10년간 주가와 집값이 상승했다"면서도 "하지만 SVB와 크레디트스위스(CS)의 실패는 시장의 기대감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개인 소비지출이 65% 이상인 대표적 소비 국가인데 은행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면서 금융 시스템이 긴축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도 잇달아 꼬집었다. 크게 △정부의 막대한 재정 투입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비용 증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 긴축이라는 서로 맞지 않는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시스템 붕괴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먼 회장은 미국 정부의 재정 투입에 대해 "향후 미국 정부 적자 규모가 연간 1조4000억~1조8000억달러로 추산된다"면서 "소비를 위한 차입은 투자를 위한 차입과 달리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유동성 주입이 벼랑 끝에 섰을 때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유동성 주입이 끝날 때쯤 소비가 꺾이면서 경기 침체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이먼 회장은 43쪽이나 되는 연례 서한 상당 부분을 연준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연준이 물가를 잡고자 금리를 올렸지만 장기 금리와 유동성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준의 스트레스테스트가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돈의 방향과 속도가 이전과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은행들은 돈을 두고 경쟁할 것이고 불행하게도 상당 부분이 은행 시스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다이먼 회장은 '미국인이 가장 미워하지 않는 뱅커'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2005년 CEO에 올라 무려 18년 넘게 롱런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위기를 거듭 강조한 타이밍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날 미국 매체인 인사이더는 JP모건 이사회가 다니엘 핀토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비상시 '단독 CEO'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달 67세를 맞아 그의 은퇴 시기와 후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는 미성년자 성적 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다 2019년 자살한 금융재벌 제프리 엡스타인의 금융 거래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퇴진 압박을 받은 바 있다. 상황에 따라 이번 '돌직구'가 JP모건 회장으로서 던지는 마지막 '훈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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