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에너지부, 한수원 ‘체코 원전’ 수출 신고서 ‘반려’ 의미는?

김정수 2023. 4. 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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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에 한국형 원전(APR1400)을 수출하려다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에 말려든 한국수력원자력이 해당 업체와 문제를 풀기 위한 물밑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입장이 부딪치며,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한수원이 폴란드에 수출하려는 한국형 원전에 자사가 2000년 획득한 '시스템 80' 원자로 설계 기술이 통합돼 있다고 주장하며, 수출을 위해서는 자사의 동의를 받으라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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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하우스와 갈등 속 ‘한수원 수출에 제동’ 해석에
한수원 “미 업체와 협력하란 신호…협의 진행중” 설명
한국수력원자력이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한 바라카 원전 전경. 한수원은 폴란드와 체코 등에도 이 원전과 같은 한국형 원전(APR1400)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유럽에 한국형 원전(APR1400)을 수출하려다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에 말려든 한국수력원자력이 해당 업체와 문제를 풀기 위한 물밑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협의 결과에 따라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기술료를 지불하는 형태 뿐 아니라 시공 참여와 같은 더 폭넓은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수원이 원전 기술 수출을 통제하는 미국 연방 규정에 따라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에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기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미 에너지부가 지난 1월 신고를 반려했다고 <연합뉴스>가 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이를 두고 “미 에너지부가 한수원 원전의 체코 수출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전했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미국 에너지부가 미 수출통제 규정에 따른 절차상 수출통제 신고는 미국 기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한수원에 안내한 것에 불과하다”며, 원전의 체코 수출에 제동을 건 것이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다. 아울러 “미국에너지부의 권고를 존중해 웨스팅하우스와 관련 사안에 대해 협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수원 관계자는 “에너지부가 ‘웨스팅하우스랑 협업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신호를 보낸 것 같다”며 “웨스팅하우스와는 어차피 협력할 수밖에 없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이번 건 뿐만 아니라 한국형 원전 수출을 두고 웨스팅하우스와 갈등을 겪으며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한국형 원전이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 한국에 수출한 기술인만큼 한국이 그 기술을 제3국에 재이전할 때도 미국 수출통제를 적용받는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한수원은 원전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 수출을 추진하는 한국형 원전은 그 뒤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이라 미국 수출통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이 부딪치며,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한수원이 폴란드에 수출하려는 한국형 원전에 자사가 2000년 획득한 ‘시스템 80’ 원자로 설계 기술이 통합돼 있다고 주장하며, 수출을 위해서는 자사의 동의를 받으라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원전 업체 쪽은 두 업체가 부딪치는 모양새지만 결국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웨스팅하우스가 원천 기술을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시공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당시 웨스팅하우스가 같은 주장을 했을 때 한수원은 기술료를 지불하는 대신 웨스팅하우스와 그 모회사인 도시바에 원전 핵심 설비인 원자로 냉각재펌프, 증기터빈 등에 들어가는 기자재 공급을 맡기는 조건으로 타협한 바 있다.

원전업계에서는 한수원이 동유럽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해 웨스팅하우스와 벌이고 있는 협의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아가 더 광범위한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가 이미 폴란드 원전 4기를 수주한 상태지만 시공 능력은 그리 높지 않아 여기에 한수원이 참여하는 것까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은) 어차피 협업을 해야 하는데 누가 얼마나 더 많이 가져가느냐를 두고 벌이는 기싸움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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