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정자교 보행로 '와르르'… 넉달 전엔 '양호' 판정
유족 "매일 가던 길인데" 오열
20대 남성 1명은 병원서 치료중
1993년 준공, 왕복 6차로 교량
보행로 108m중 50m 무너져
인근 불정교 일부도 침하 현상
지은 지 30년 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 교량 일부가 붕괴돼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는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 교량은 지난해 정기안전점검에서 '양호'를 의미하는 B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사고 원인에 대한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실 진단 의혹과 함께 교량 부속시설물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5일 오전 9시 45분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정자교 가드레일과 보행로가 붕괴됐다. 정자교는 탄천을 가로지르며 느티마을 사거리와 궁내 사거리를 연결하는 교량으로, 1기 신도시인 분당신도시 조성과 함께 1993년 준공됐다. 총길이 108m, 폭 26m의 왕복 6차로 규모로, 도로 양쪽에 가드레일과 보행로가 교량 부속시설로 설치돼 있다. 무너져내린 보행로는 전체 108m 구간 중 50여 m이며, 교량 가드레일과 이정표 등이 아래로 쏟아져내렸다.
경찰이 사고 현장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보행로는 한꺼번에 무너져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왕복 6차로는 붕괴되지 않았지만 보행로를 걷던 행인 2명이 5m 아래로 떨어져 4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20대 남성 1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여성은 정자역 인근에서 운영하던 자신의 미용실로 출근을 하던 중 변을 당했다. 20년 경력의 미용사인 피해자는 서울 강남 헤어숍에서 일을 하다 3년 전 창업했다. 피해 여성의 동생은 "왜 하필 그 시간에, 누나가 지나가던 쪽의 보행로가 무너져서 사고가 났는지 아직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정자교는 지난해 성남시 정기안전점검에서 '양호'를 의미하는 B등급을 받아 사고 원인에 관심이 모인다. 성남시는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하고, 2년에 한 번씩 정밀안전점검을 한다. 지난해 말 정기안전점검에서 정자교는 B등급을 받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일각에서는 교량이 노후한 상태에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지반이 약해졌고, 교각이 영향을 받으며 가드레일 쪽 보행로가 붕괴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기상당국에 따르면 성남 분당에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이날 오후 2시 40분까지 36.5㎜가 내렸다.
박승희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한강대교 등 1·2종 시설물들은 법적으로 관리감독을 엄격하게 하도록 돼 있지만, 중소형 교량은 3종 시설물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서 "특히 메인 보디(도로)가 붕괴되지 않은 이번 사고에서 보듯 난간이나 중앙분리대, 가로등과 같은 교량 부속시설물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자교 인근 4차로 교량인 불정교에서도 보행로 일부 구간 침하 현상이 확인돼 양방향 통행이 통제됐다.
[지홍구 기자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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