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에 '마약음료수' 건넨 일당 2명 검거
필로폰성분 음료 나눠줘 충격
청소년 마약 노출 심각성 커져
서울 강남구에서 고교생에게 '마약 음료수'를 건넨 일당 중 2명이 검거됐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를 버젓이 나눠준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주는 가운데 청소년들이 사실상 마약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이 담긴 음료수를 건넨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여성 A씨(49)와 20대 남성 B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범행에 가담한 이들은 총 4명으로, 지난 3일 오후 6시쯤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에서 2명씩 2개 조로 나뉘어 시음행사를 빙자해 마약을 나눠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시음행사 중인 음료수를 마신 고등학생 자녀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부모의 112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용의자들은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인데 시음행사 중"이라고 말하며 청소년에게 필로폰 성분이 들어간 음료를 나눠준 것으로 알려졌다. 음료수 병에는 도용한 것으로 보이는 유명 제약사의 상호와 함께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메가 ADHD'라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당시 피해 학생들이 음료수를 마시자 구매 의향 조사를 빌미로 부모의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이후 부모에게 연락해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걸 신고하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대치역에서 '마약 음료'를 권한 피의자로, 이날 오전 1시 30분쯤 동대문 관내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범행을 저지른 B씨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같은 날 오전 10시쯤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나머지 용의자인 20대 여성과 40대 여성을 추적하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 부근에 거주하는 학부모들은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가 있다는 안 모씨(52)는 "학원에 보내면서 이제는 아이가 마약에 노출될까 봐 걱정해야 한다"며 "주변 학부모들 모두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료나 음식은 절대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단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라 마약으로 단속되는 청소년이 늘어나는 등 청소년 마약 노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대검찰청의 마약 동향 자료에 따르면 단속으로 적발된 19세 이하 마약류사범 인원은 2018년 143명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 239명으로 늘었고, 2020년 313명, 2021년 450명을 거쳐 지난해에는 481명까지 폭증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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