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년 앞두고 공공기관 유치 전쟁 … 산으로 가는 지방균형
이전 규모 아직 안정해졌는데
지자체마다 30~40곳 유치 목표
마사회·난방공사·환경공단 …
너도나도 이전 요구 뜨거워
지역간 나눠먹기 가능성 커져
이전 반대 직원들 반발 거세
◆ 공공기관 이전 갈등 ◆
정부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일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 경쟁이 조기 과열되면서 계획 수립 단계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아직 공공기관 2차 이전 규모와 대상 기관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광역 지방자치단체마다 30~40곳 유치를 목표로 구체적인 목록까지 정해놓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 종사자만 수만 명에 달해 지방 이전이 확정되면 해당 기관 직원들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매일경제가 각 지자체가 발표한 유치 희망 기관을 분석한 결과 종사자 규모가 많거나 금융업종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도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기관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국마사회,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환경공단,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5개 공공기관은 이미 광역 지자체 4곳에서 "꼭 유치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정작 해당 기관 직원들은 이전 여부가 확정되기도 전에 이전 지역부터 거론되자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 본사 인력은 평일에 행정 업무를 하다가 주말 경마일이 되면 경마장 업무에 투입되는 특수성이 있다"며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면 자유로운 인력 운용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소재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도 "연구시설을 이전하는 비용만 수천억 원이 드는데 이전 효과는 작고, 오히려 고급 인력이 유출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각 지자체들은 막무가내식으로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강원도는 금융과 국방 분야를 중점 유치하겠다고 내세우면서 도지사가 한국은행의 춘천 이전을 위해 직접 뛰고 있다. 전남은 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 등 지역 특성에 근거한 기관 유치를, 전북은 농협중앙회와 한국마사회 등 농생명 산업 관련 기관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 충남은 올해 초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전담 조직을 정무부시장 산하에 신설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충남은 내포 혁신도시에 이전한 공공기관이 전무해 우선선택권(드래프트제)이 필요하다는 점을 국토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차피 지방 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기관은 물밑에서 이전할 지자체와 사전 접촉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관계자는 "윗선에서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이전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6월까지 1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2차 이전과 관련한 공공기관 선정 기준과 입지 원칙 등을 담은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후 업무 성격이 유사한 공공기관을 그룹으로 나눈 뒤 지역에 배치할 예정이다. 이전 대상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가운데 최소 300곳, 최대 1000곳 이상 거론되고 있는데 정부는 신속하게 이전 가능한 기관부터 연내 이전을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유 건물 없이 사무실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기관들이 우선 이전 대상이 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6월까지 기본계획을 마련한다는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2차 이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토연구원 등 유관 기관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국토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형평성을 고려한 이전 공공기관 배치는 국가균형발전 취지에 부합하지만, 동반 이전이 가능한 연관 기업 규모와 지자체의 이전 기관 활용·지원 계획 반영이 미흡한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관련 이해당사자들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1차 이전 공공기관 노조와 각 지자체 목소리를 듣기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지난 2월 국토부가 1차 이전 공공기관 노조 협의체인 혁신도시노동조합협의회와 가진 회의에서 노조는 2차 공기관 이전 지역은 기존 혁신도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2차 이전도 1차 이전 당시에 준하는 수준으로 직원들에 대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차 이전 당시에는 직원들에게 이주 수당과 이사비용이 지원됐다. 우윤석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도 불구하고 지방 인구는 줄고 오히려 수도권 인구가 늘었다"며 "지방 발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유신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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