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살해 ‘윗선’ 의혹 남편 체포···짙어지는 ‘코인 복마전’ 계획범행 정황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발생한 납치·살인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된 40대 부부 중 남편 유모씨가 5일 강도살인 교사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유씨가 피의자 이경우씨(36)와 범행 전후 만난 정황을 확보했다. 이로써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건된 피의자는 5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유씨 아내도 용의선상에 올려놓은 터라 피의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오후 3시6분쯤 경기 용인시 죽전의 한 백화점에서 유씨를 체포했다. 유씨는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세운 혐의로 구속된 이씨에게 피해자 A씨(48· 여)의 납치·살해를 의뢰한 혐의(강도살인교사)를 받는다. 경찰은 이씨가 유씨 부부에게 범행 전 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체포 당시 유씨는 아내 황모씨와 함께 있었다. 경찰은 황씨도 임의동행해 조사 중이다. 황씨는 남편 유씨가 체포되기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실이 아닌 건 곧 밝혀질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유씨가 체포되면서 이번 사건 피의자는 이경우씨, 황대한씨(36), 연지호씨(30), 범행 예비단계에 가담했다 중도 이탈한 B씨(20대)에 이어 5명으로 늘었다.
‘윗선’ 지목된 유씨 부부
피해자와 갈등 ‘맞고소’ 번져
경찰은 유씨 부부를 이번 납치·살해 사건의 실질적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A씨는 유씨 부부와 함께 가상자산(암호화폐) ‘퓨리에버’ 코인에 함께 투자했다 코인 분배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2021년 4월 황씨가 해당 코인 회사에 보낸 내용증명을 보면, 황씨는 A씨와 함께 ‘프라이빗 세일’로 구매한 5억원 규모의 코인 중 본인 몫이 제때 분배되지 않고 있다며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프라이빗 세일이란 ‘큰손’ 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는 사전 비공개 거래를 말한다.
황씨는 내용증명에서 “(A씨는) 2021년 1월 코인을 보유한 지갑의 ‘락’(이동금지)이 풀렸는데도 투자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본인은 코인을 거래소로 이동시켰다”면서 “그의 지갑에 있는 코인은 투자자의 것이기 때문에 절대 락을 풀어서는 안 되고 투자자에게 직접 코인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퓨리에버’ 코인 발행사의 이모 대표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A씨와 유씨 부부의 관계에 대해 “동업관계였던 둘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고 이후 ‘맞고소’가 이뤄졌다”면서 “A씨 측과 유씨 부부가 투자한 30억원 이상의 돈은 대부분 황씨에게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A씨와 황씨는) 회사 직원이 아니라 단순 투자자였다”면서 “(직원도 아닌데 ‘퓨리에버’ 홍보 일을 한 것은)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해자 ‘퓨리에버’ 다단계 홍보
코인업체 대표와도 송사로 얽혀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이 대표도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경찰은 이날 “(A씨가 연관된) 코인업체 대표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직후 해외로 출장을 나가 도주 의심을 받기도 했다. 그 역시 A씨와 소송으로 얽힌 관계다. 2021년 9월 A씨는 이 대표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코인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능력 없이 시세조종을 통해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거래소 상장 등을 골자로 거짓말 해 30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이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이에 A씨는 재차 이 대표를 고소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른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전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성형외과를 압수수색해 마취제 처방 내역 등을 확보했다. 해당 성형외과는 피의자 이씨의 아내가 근무하는 곳으로, 이씨는 지난 30일 이 성형외과가 있는 건물 인근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마취제 출처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이씨의 아내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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