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새우 등 터지는 국내 물가
1년 만에 최저 상승폭이지만
미중 갈등 격화로 안심 일러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대를 유지하며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1.56(2020=100)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 지난해 3월(4.1%) 이후 가장 적은 상승폭이다. 한달 전인 2월(4.8%)과 비교해도 0.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그 배경에는 유가 하락이 있다. 3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4.2% 떨어졌는데, 이는 2020년 11월(-14.9%)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품목별로 보면 휘발유 (-17.5%) 경유(-15.0%) LPG(-8.8%) 가격이 모두 내려가면서 석유류 가격의 전체 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3월 연속 4%대에 진입하면서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른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그 이유는 미국ㆍ중국이 흔들고 있는 지정학적 변수다.
최근 들어 국제 경제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일례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제유가를 낮추기 위해 지난해 6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덕분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때 배럴당 60달러선까지 떨어졌지만, 중국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해 12월 중동 지역 17개국과 정상회담을 갖고 폭넓은 경제적 교류의 토양을 다졌다. 올 2월에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 중심의 경제 체계에서 이란이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중동을 자신들의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행보는 마침내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중국의 중재로 지난 3월 사우디와 이란이 외교정상화에 합의한 데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가 추가적인 원유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국내 물가가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유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에너지가격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한국전력ㆍ가스공사 등 국내 공기업은 이미 적자와 미수금이 심각한 상태여서 연내 전기ㆍ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이 불러일으킨 나비효과는 이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OPEC+가 감산을 예고한 지난 3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6.27% 상승한 배럴당 84.77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3월 21일(7.12%)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요금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월 전기ㆍ가스ㆍ수도 등 공공요금 물가는 1년 전보다 28.4% 오르며 2020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별 항목별로 보면 전기요금이 29.5%, 도시가스가 36.2%, 지역 난방비는 34.0% 올랐다.
이렇듯 불안정한 대외변수 탓에 향후 국내 물가와 경기가 부정적 방향으로 흐를 것이란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2%대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잡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국제유가 인상 여파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국내 기준금리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쳐 소강상태로 접어들던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딱히 손을 쓸 수 없는 대외 요인이 즐비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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